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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이창형 기자
등록일 2011-07-15 23:34 게재일 2011-07-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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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서울지사장
“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7·4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이후 이같이 말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 결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계파 해체는) 국민이 바라는 것이며, 이를 발 빠르게 하는 게 첫번째 과제”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캠프 인사였던 `김정권 사무총장`임명을 고집하며 연일 당내 최고위원들과 기싸움을 벌이다 지난 12일에는 반대파들의 퇴장 속에 끝내 의결을 강행했다.

사무총장이란 자리는 국회의원 공천 실무를 장악하는 공천 시스템의 핵심이다.

즉, 자신 스스로가 계파정치 종식을 선언하고서도 자신의 캠프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을 도모하겠다는 속내가 아닌가. 결국,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 등은 홍 대표가 `김정권 사무총장`임명을 표결 처리를 통해 강행하자 “전례없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강행한 데 대해 `전례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강력 투쟁의사를 거듭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권 의원은 홍 대표에게 어떤 사람인가.

홍 대표는 지난 2009년 9월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 변호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았던 같은당 김정권 의원의 결심 공판 변론을 위해서다.

김 의원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던 정계 인사들 중에 드물게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의 변호가 큰 몫을 했다. 이때부터 `홍준표 맨`으로 거듭나 홍 대표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번 7·4 전당대회 홍 대표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평소 `자기 사람에 대한 신의가 두텁다`고 알려진 홍 대표가 김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적극 밀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게 한나라당내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홍 대표는 비주류 정치인이다. 그는 당선 직후 `변방정신`을 강조했다. 4선 의원이지만 한번도 주류에 편입되지 못했던 자신의 정치역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현대조선소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당대표 당선 직후부터 스스로가 좌충우돌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당선직후 YS를 찾아가 큰 절을 하면서 자신을 `YS 키드`라고 지칭했다. 어른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야 한국사회의 미풍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집권여당의 대표가 엎드려 큰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YS의 `새끼`라고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는 또 `MB노믹스`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착취`라고 단정했다. 이명박을 `신화`라고 규정하면서도 MB노믹스에 반기를 들고 이른바 `좌클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기를 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변하지 않는 정책이 어디 있는가”라는 그의 말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이동되는 시점에 보수를 지향해 온 그의 정치적인 성향이 좌편향쪽으로 급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변방`에서 `중심`으로 돌아 온 그 또한 포퓰리즘적 정치노선을 걷겠다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여권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원활한 국정수행에 협조를 당부한 마당에 개인적인 처신의 문제에 이어 공천권행사를 위한 캠프인사, 당청간 마찰의 주범으로 비춰지는 그의 행보에 대해 당내는 물론, 국민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중진들의 총선에서의 `탈(脫)호남선언`과 `살신성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또한 총선 공천전쟁이 이전투구화할 조짐이다. 당의 정체정은 시대흐름과 국민정서에 따라 변화돼야하지만 새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한나라당의 안정속 변화와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벌써부터 혐오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짧지않은 한국 정치사로 본다면, 한나라당은 여당이었다. 대한민국의 가난을 떨쳐냈고 독재의 수렁을 걷다가도 민주화를 이뤄냈다. 힘도 있었지만 오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집권동안 무소불위의 힘과 오만이 그들을 세상밖으로 나오게 한 어머니인줄 알고 있다. 그래서 절치부심의 좌파정권 10년간도 그 향수를 그리워만 하며 그 탯줄을 통해 오만의 유전자를 이어갔다.

4·27재보선의 참패, 내년 총선을 앞둔 민심이반, 나아가 정권재창출의 불확실성이 그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그들의 탯줄은 국민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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