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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등불...이 동 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7-15 21:24 게재일 2011-07-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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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다

늦가을 저수지에 땅거미 온다

수련은 목을 꺾고

무슨 근심이 저리도 깊은가

서산으로 지던 해가

수련 끝에 가서 잠시 안긴다

오호라

한 순간 수련은

눈부신 등불이 된다

가난과 고통으로 시달리던 이승에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가장 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해질녘 호수의 수련 낡은 잎새들을 보며 인생의 한 면을 보고 있다. 한 송이 소담스런 연꽃을 피워 올려 온 힘으로 떠받치며 세상에 불 밝혔던 수련은 이제 긴장을 풀고 깊은 진흙수렁 속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꽃을 떠받치고 있을 때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뜨겁고 화려한게 불 타올랐던 청춘의 때와 원숙한 중년의 때를 다 넘긴 백발 덮힌 한 노년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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