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30분 = 관련 사항도 없이 자리만 지키는 길고 지루한 회의로 일방적 지시만 받는다.
오전 10시 = 현안 보고와 결재 위해 국장실을 찾아가나 설명도 제대로 못하고 잔소리만 듣고 나온다.
오전 11시 = 담배 한 대로 마음을 달래고 중앙부처 출장길에 오른다.
오후 2시 = 서울역에 내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국비 예산 확보 위해 특산품을 들고 관련부처를 방문한다. 그러나 회의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담당과장을 무작정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 3시 = 어렵게 만난 담당과장과 10여 분 짧은 미팅을 하지만 부정적 답변만 듣고 돌아선다.
오후 6시 =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도청으로 와서 오후 7시 부서 회식. 과장이 잘 가는 고깃집 또는 횟집에서 폭탄주 세례, 계속되는 잔소리에 직원들은 지칠대로 지친다.
밤 11시 = 녹초가 되어 집으로 퇴근한다. (이상은 경북도 한 사무관의 하루를 다소 과장되게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것이다.)
경북도 공무원의 하루가 그저 그렇게, 사명감 없이 쳇바퀴 돌듯 해서 뚜렷이 되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지난날의 대구 경북은 역사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주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보수, 골통이라는 인식속에 과거 향수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는 등 달라진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잇따른 국책사업 유치 실패는 경북도가 자성하는 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좌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전략적인 모델을 준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경북도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모습은 어떠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전 공직자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혼을 불태우기로 작정했다. 경북도가 최근 지역의 생존을 걸고 추진해 온 신국제공항, 과학벨트 등 대형 국책사업의 유치 실패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좌표를 재진단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키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북도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경북도를 중심으로 한 23개 시군과 300만 도민들이, 특히 대구시와 250만 시민들과도 공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면 단순한 길이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고 했다. 경북도가 앞장서서 그 옛날 찬란했던 경북의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먼저 업무적으로는 과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창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모든 일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데서 출발하고 문제의식이 없으면 잘못된 점이 있어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은 문제 해결 방안도 강구하게 된다. 불편한 것, 부당한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고치고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는 김관용 도지사가 늘 강조하듯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 현장과 격리되는 순간 존재 가치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론만 내세우는 탁상 행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다음, 모든 일은 선공후사(先公後私)다. 도청 직원의 말과 행동은 곧 도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일하기보다 사명감이 앞서야 한다. 특히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최고의 프로가 되어야 한다. 맡은 일에 대한 전문가로 직업의식을 가지고 1+1=2가 아닌 3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동해야 한다. 일이 중심이고 친소관계는 그 다음이다. 김관용 도지사는 300만 도민의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300만 도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도 추슬러야 한다. 채찍과 성과보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직자가 한 명의 직업인이라기보다 사명감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북도청에는 도지사를 비롯한 행정, 정무부지사, 기획조정실장 각 1명과 3급 10명, 4급 73명, 5급 290명, 6급 491명, 7급 452명, 8급 59명, 연구직, 지도직 등 일반직이 1천527명, 소방직, 교육직 등이 2천566명, 기능직 340명, 별정직 32명, 계약직 59명 등 4천525명(여 618명 포함)이 300만 도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