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치료 관건… 검사·수술 `원스톱` 진행
뇌동맥류가 파열되기라도 하면 초응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4시간 전문의가 대기해 진료하는 이 병원 시스템 덕분에 환자는 검사 후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대퇴동맥에 작은 구멍을 뚫어 특수제작된 백금 코일을 뇌혈관으로 밀어 넣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1주일 정도 치료한 후 퇴원했다. 현재 정기 검진만 받으면 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2008년 11월, 국내 최초로 뇌·척추질환 전문 진료를 표방하며 개원한 에스포항병원의 한 응급환자 사례다.
이 병원이 개원하기 전이였다면 환자는 종합병원 같은 큰 병원을 찾아 대구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을 지도 모른다. 뇌질환 치료의 가장 큰 관건은 병원 도착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줄이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에스포항병원의 개원은 교통오지의 경북동해안 주민들에게 의미가 크다.
특히 개원 당시 성공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국내 의료계도 그동안의 성과에 주목하고 에스포항병원을 롤모델로 삼아 뇌질환 전문병원 설립을 검토하는 사례가 적잖다.
이런 가운데 에스포항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올 10월부터 시행하는 `전문병원 제도`에 지정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병원에 지정되면 우수한 뇌질환 진료시스템을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증받게 돼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뇌질환·척추질환 전문 진료
이 병원이 문을 연 것은 유명 대학병원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의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진료시스템의 한계와 환자를 지방에서 대도시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최대한 줄여 소중한 생명을 좀 더 많이 지키자는 의사로써의 사명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개원 당시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뇌질환은 응급상황이 많은데다 지방 의료기관 특성 상 신생병원이 과연 성공적인 수술을 얼마나 해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원 2년 8개월 동안 이 병원은 국내 의료계도 깜짝 놀랄만한 성장을 이뤘다.
대내외적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뇌동맥류 수술 실적이다. 일반적으로 이 수술은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수도권 등 대도시 종합병원들도 힘들어 할 만큼 큰 수술에 속한다. 하지만 에스포항병원 의료진은 개원 직후부터 매년 전국 유명 대학병원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개원 첫해 두 달 동안 12건을 시작으로 이듬해(2009년) 133건, 2010년 145건의 뇌동맥류 수술을 시행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수술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인데 올해는 6월까지 불과 6개월 동안 지난해 한 해와 같은 145건을 수술했다.
연간 150건의 뇌동맥류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은 전국에 10개에 불과하다.
이병원의 또다른 진료분야인 척추전문센터는 `개인별 맞춤치료`가 강점이다.
치료방법에 있어서도 수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나이와 건강상태, 질환의 정도, 사회활동 등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고려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다양한 질병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어 수술이 어려울 경우에는 통증클리닉과 재활·운동 클리닉을 통해 꾸준히 진료한다.
◇검사에서 수술까지 `스피드 원스톱`
뇌혈관 질환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치료 효과도 그만큼 떨어진다.
때문에 뇌질환 치료의 관건은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는 것.
에스포항병원은 치료 시작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최첨단 진단 장비를 도입하고 질환 맞춤형 진료시스템을 갖췄다.
이 시스템으로 막힌 뇌혈관에 의해 뇌조직 손상 정도를 판단하고 혈전제거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기공명영상촬영을 단 10분만에 끝낼 수 있다.
촬영이 끝나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뇌출혈을 진단하기 위해 뇌혈관 CT를 촬영해 뇌동맥류 발생부위를 확인한 뒤 곧바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무엇보다 `24시간 전문의 체제`를 갖춰 24시간 내내 전문의가 진료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뇌질환 환자가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등 연계 질환의 진료과목이 개설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문철 병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는 동안 과연 지역 의료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개원 3년을 바라보는 현재 지역 내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부한다”면서 “앞으로도 뇌혈관 질환으로부터 경북 동해안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을 든든히 지켜낼 수 있도록 꾸준한 투자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