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 안에 든 쥐였고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근본적으로 공포인 세계에 대한 치열한 저항과 반격의 시 정신이 내면에 깔린 작품이다. 시인에게 시란 자신을 살아 숨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 적의로 가득한 세계는 외로움과 고독, 긴장과 불안으로 끝없이 죽음으로 내몰지만 시인은 그러한 세계에 대한 치열한 대결의식으로 시를 써오고 있다. 그것만이 그의 탈출구요 숨쉴 수 있는 구원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