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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황제펭귄` 결국 병원신세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1-06-27 21:15 게재일 2011-06-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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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보충·체온유지 위해 눈 대신 흙 먹어

자신이 살던 남극 서식지에서 3천200km 이상 떨어진 뉴질랜드 바닷가에 홀로 나타난 황제 펭귄 이야기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짠 하게 만들고 있다. 전혀 낯선 곳까지 어쩌다 혼자 오게됐을까 안타까움을 산 것으로부터, 제발로 돌아갈 수 있길 기다리던 사람들의 희망을 저버리고 몸져 눕고 말았다는 소식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세계인들로 하여금 애를 태우게 하는 것이다.

이 펭귄이 발견된 것은 지난 20일쯤 뉴질랜드 북섬 페카페카 해변에서였다. 나이는 세살쯤으로 보이고 몸무게가 27kg인 세 살쯤 돼 보이는 황제펭귄이었다. 그 지역에서 황제펭귄이 목격된 것은 44년 만이었고, 남극에서 먹이를 찾다 길을 잃고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됐다.

처음에 당국은 펭귄이 건강한 것으로 판단하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지친 펭귄은 열사병과 탈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극에서는 황제펭귄이 수분 보충과 체온 유지를 위해 눈을 먹지만, 뉴질랜드에서 눈을 찾을 수 없자 모래와 나뭇가지로 배를 채운 것으로 추측됐다.

결국 펭귄은 지난 25일 얼음 욕조에 실린 채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는 정맥주사를 맞고 두 차례 수술을 통해 뱃속에서 모래를 빼내는 치료를 받았다. 25일 수술 현장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유리막 밖에서 쾌유를 빌었다.

수의사들은 펭귄의 뱃속에서 모래가 3kg 정도 나왔으며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웰링턴 동물원의 리사 아길라 박사는 펭귄의 뱃속에 모래와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며 자칫 배가 터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27일 다시 펭귄의 뱃속을 세척할 것이라고 전했다.

펭귄이 수술을 받고 난 직후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뉴질랜드 기업인 개러스 모건 박사는 해피 피트가 살아나면 내년 2월 남극으로 가는 러시아 쇄빙선에 자리를 예약해 남극으로 돌려보낼 것이라며 원한다면 자연보호부 관계자들도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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