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총책인 조직폭력배 김모(48)씨 등 8명을 구속하고 2명은 불구속, 달아난 2명에 대해서는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월17일부터 이번달 7일까지 약 4개월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소재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1km정도 떨어진 야산정상 부근까지 고압호스로 연결해 탱크로리 차량에 싣는 수법으로 유류 83만여ℓ, 14억4천5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물처분업자 김모(36·(주)00오일 소장)씨 등은 훔친 기름 32만여ℓ 분량을 시중가보다 300원이 싼 가격으로 사들여 지하저장탱크에 보관하다 진주 등 영남권 4개 주유소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번 송유관 절도단은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폭력배가 총책을 맡고,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설치조, 현장에서 유류를 절취하는 절취조, 일반인의 접근을 감시하는 망원, 장물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 장물처분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불안감을 느낀 가담자가 범행을 그만두려고 하자, 계속 범행을 하도록 협박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훔친 기름을 처분한 수익금은 설치총책은 ℃당 900원, 관리총책은 350원, 장물처분조 150원, 운반조 100원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절도수익금으로 매입한 고급 외제 승용차 2대, 유조차량 1대, 승용차 트렁크 등에 보관중인 현금 1억1천여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지난 1일 인적이 드문 시간에 유조차량이 드나든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광역수사대 3개팀을 가동, 5일간 잠복 끝에 현장에서 2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경북청 이수용 광역수사대장은 “유류 절도단은 보통 농사용 움막이나 창고를 빌려 범행장소로 이용했으나 이번엔 야산 정상의 산길을 이용했기 때문에 수개월간 적발되지 않았다”며 “이들이 훔친 기름을 공급받은 주유소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유사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것으로 예상된다”며 “폭력조직원들도 자금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송유관 절도를 할 우려가 큰 만큼,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이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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