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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김 상 미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6-20 20:59 게재일 2011-06-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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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사랑이라는 흔한 제재를 태양과 식물이라는 구조에 적용시키면서 재밌게 사랑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은 나를 열어젖히고 붉은 꽃들이 피어나게 하며, 수많은 길들이 나에게로 쏟아져 들어오고 다시 붉은 꽃들이 거길 뒤덮는다는 표현은 아주 인상적이다. 흔히 사랑을 무조건적이니, 시혜니, 보편적 인류애니, 세계와의 소통이니 하는 상투성에서 벗어난 신선함이 묻어나서 좋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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