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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난무하는 사회

정철화 기자
등록일 2011-06-17 23:27 게재일 2011-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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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화제2사회부장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의 구단 운영방침 중에 `스틸러스 웨이(Steelers Way)`란 게 있다.

직역하면 `스틸러스 길`이지만 `스틸러스가 가는 길 또는 스틸러스가 가야할 길`이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정신자세와 기업의 철학을 담은 것으로 경기 동안 정정당당한 승부와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관중을 위한 축구(공격축구 지향, 백패스 금지, 이기고 있는 상황 지연경기 안하기, 교체시 뛰어나오기), 반칙이나 술수가 아닌 공정한 경쟁(고의적인 반칙 금지), 정해진 규칙을 준수(심판에게 항의 금지),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거친 파올 금지) 등을 제시해 놓고 있다.

스틸러스 웨이를 정치와 행정, 기업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주어만 바꿔보면 `정치가 나가야 할 길`, `행정이 나가야 할 길`이란 멋진 제목이 만들어진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을 감동시키고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공쟁한 경쟁을 펼치며 동료와 사회전체에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다는 내용이 된다. 우리의 사회적 가치기준과 신기할 정도로 딱 맞아 떨어진다.

최근 정치와 행정을 비롯한 사회전반에서 부패와 비리, 부정으로 썩어가는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것도 소위 지도자들에 의해 사회적 가치가 무너져 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7조원대의 부정대출사건이 아직도 진행중인데 국토해양부 직원들의 향응과 접대, 뇌물 수수,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유전개발권 특혜 의혹이 또 터져나왔다. 가깝게는 울릉군수 선거법 위반 및 횡령, 경북의 한 전직 기초단체장의 재임중 금품수수 건도 불거졌다.

부산저축은행 부정대출사건은 정관계에 로비 자금이 대거 뿌려졌고 불법사실을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감사원, 청와대, 전직 국회의원 등 국가 지도자들이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대학총장은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지도자들이 규칙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만 쫓아가는 반칙 플레이만 일삼았다. 국민 감동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망감,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

지도자들은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더욱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국민들의 행동기준이 되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미래의 희망과 좌표를 설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1972년 당시 문교부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만들었고 지난 2007년 개정됐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이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으로 바꼈다. `정의로운 사회`가 우리가 실현해 나가야 할 핵심적 가치가 됐고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가르치고 있다.

학자들이 정의한 정의로운 사회의 개념은 일반인의 통념으로 판단한 올바른 사회적 윤리, 법 앞에서의 평등, 투명한 과정, 공평한 절차 등 공정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말한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특혜와 특권, 편법, 반칙 등으로 대비된다. 지도자들이 편법과 반칙을 일삼고 이를 통해 오히려 부를 더욱 축적하고 사회적 성공자가 되는 모순된 구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이런 일들이 용인되고 정당화되는 사회라면 일선 학교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빽 쓰는 법`, `효과적인 반칙 이용법`, `로비를 잘하는 법`등을 교육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를 사회의 핵심적 가치로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지도층들은 더욱 반성하고 `스틸러스 웨이`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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