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가지 붉은 색실이 풀리고 있다
흥얼흥얼 수로를 따라 흘러드는
낮달 같은 콧노래
어머니, 아득한 그곳에서 재봉틀을 돌리시는지
한 땀 한 땀
흰개미들 내려와 풍경을 꿰매고 있다
비 내리는 낡은 영화필름처럼
느리게 느리게 재봉틀이 돌아가고 있다
어머니 노루쇠 지나간 바느질자국에는
모든 안팎이 사라지리라
다시는 몸 아픈 날들 오지 않으리라
봄비는 세상의 많은 간격에 내린다. 그리고 그 간격을 조금씩 조금씩 메꾸고 이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의 재봉틀과 함께한 인고의 시간들이 잘 비쳐진 시이다. 봄비는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어낸다. 초록과 함께 희망과 환희를 전제한다. 그러나 시인은 봄비를 바라보면서 재봉틀과 함께 낡아오신 어머니, 그 거룩한 한 생애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아직도 비속에 재봉틀을 돌리고 계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