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꿈속에서처럼
갑자기 손을 놓고 우리 곁을 떠나신
아버지 뒤를, 오늘도 나는
자식놈들 데리고 졸졸 따라가고 있다
책을 보고 밥 먹고 살아갈 궁리도 하면서
오늘도 나는 조금씩 도망가는 중이다
중심에서 아득히 멀어져 가는 우주의 별처럼
나도 이 손을 놓고 어느 날 갑자기
별이 되어 떠나야 할 날 있음을
예감하면서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 길,
이 길을 걸어가는 데 한 생이 부족하다
우리의 짧디 짧은 이 한 생(生)은 어쩌면 영원한 어떤 세계로 도망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뒤를 따라 우리의 아이들보다는 좀 더 앞서서 죽음의 세계로 향해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칫 염세적인 시로 읽힐지 모르나 시인은 마지막 한 행에서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이 길을 걸어가는데 한 생이 부족하다 라는 시인의 말에서 우리는 그 의욕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