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검진·조기 수술로 예방·후유증 최소화 해야
뇌혈관의 벽이 약해지면서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라는 병은, 인구 10만명 당 2천~5천명꼴로 발생하며 일단 터지면 30%가 병원 도착 전에 숨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뇌동맥류는 40~6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여성들이 잘 걸린다. 한 대학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여성 비율이 62.3%로 남자 37.6%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폐경기 50~60대 여성이 급격히 발생 빈도가 높으며, 최근 일본 도쿠시마 대학의 나가히로 신지 박사팀의 동물 실험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결핍이 뇌동맥류를 형성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림1)
최근 34세 여자 환자가 아주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목욕탕에 쓰러진 것을 보호자가 발견해 119 긴급 구조팀에 의해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했다. 아주 젊은 연령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서 촬영한 뇌 CT(그림2)에서 뇌지주막하 출혈이 관찰됐으며, 출혈량 역시 다량 관찰됐다. 응급처치 후 의식은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심한 두통과 오심 증세가 발현됐고 응급 뇌혈관 촬영술을 시행했다. 뇌혈관 전문 치료 팀의 판단으로 개두술에 의한 뇌동맥류 결찰 수술(그림3)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돼 응급실 도착 후 2시간 만에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다음날 환자는 의식을 완전히 회복해 일반 병실로 이동됐으며, 일상생활을 아무 문제없이 할 수 있었다. 환자는 아무런 후유증 없이 입원 3주째 퇴원을 했다. 위 환자의 경우, 젊은 층임에도 불구하고 뇌동맥류 파열이 일어난 아주 드문 경우이며 응급조치 이후 뇌혈관 전문 치료 팀의 빠른 수술결정으로 환자 질병을 완치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예고 없이 순식간에 발생 초기대응이 중요
이처럼 뇌동맥류는 정상적인 뇌혈관이 아니어서 어느 순간에 갑자기 파열될 수 있으며, 출혈이 뇌지주막하 공간에 고여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출혈의 양과 환자의 반응에 따라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출혈의 발생과 동시에 환자들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거나, 전기에 감전돼 머리가 터지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거나 뒷목이 뻣뻣하다고 호소한다. 심한 경우 의식이 나빠져 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 시 사망률이 매우 높으며, 목숨을 건졌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잠시라도 지체되어 재출혈이 발생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하여 우선 뇌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뇌지주막하 출혈의 소견을 확인을 한 후, 뇌혈관조영술로 뇌동맥류를 최종 진단하게 된다.
△신속한 수술로 완치 가능
뇌동맥류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뇌동맥류 발견 즉시 조기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두개골을 절개 후 파열된 동맥류가 있는 혈관을 노출시켜 집게같이 생긴 “동맥류 클립”이라는 기구를 사용하여 동맥류의 경부를 결찰시키는 수술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사선 중재적 기법의 발달로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보급되었다. 이러한 치료를 `혈관 내 수술(그림4·5)`이라고 하는데, 대퇴부 동맥으로 도관을 삽입해 X선으로 도관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혈관을 따라 올라가 파열된 뇌동맥류를 확인하고 뇌동맥류 내 백금재질인 스프링모양의 코일을 채워 동맥류를 없애는 방법이다. 최근까지 접근이 어려운 부위에서 파열된 뇌동맥류나 전신마취나 뇌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해오다가, 점차 혈관 내 수술의 성적이 좋아지고 코일의 소재가 향상되면서 혈관 내 수술을 받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뇌동맥류를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혈관 내 수술로만 해결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뇌혈관 전문 치료 팀과 상의하여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뇌 검진으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위의 성공적인 환자의 경우와 달리, 수술로 뇌동맥류를 잘 치료하더라도 대부분 정신 및 신경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지만, 전체 환자의 약 20% 내외가 후유증 없이 완전 치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최근 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과 컴퓨터단층혈관촬영술(CTA)을 이용해 뇌동맥류가 발병하기 전에 먼저 발견해, 수술을 하는 `예방적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예방적 수술로 뇌동맥류 파열 전에 수술을 할 경우, 아무런 후유증 없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혈관 전문가들은 뇌동맥류 발생 위험이 높은 그룹들에게 정기적인 뇌 검진을 추천하고 있다.
뇌 검진을 위해 종래에는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위험부담 없이 진단성공률(약 95% 이상)이 높았다. 그러나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는 환자에 따라 폐쇄 공포증을 유발하거나 검사소요시간이 길어 검사가 용이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하였다. 최근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보다 진단성공률이 높은 128채널 MDCT이 개발되어 국내 유명 대학 및 종합병원에 보급되고 있다. 128채널 MDCT는 0.5㎜까지 미세한 혈관도 검사할 수 있어 뇌동맥류의 초기 진단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그림6)
뇌 검진이 꼭 필요한 뇌동맥류 위험군으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출혈 환자를 둔 가족, 흡연, 중증 두부 외상,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들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뇌혈관 전문가들과 상담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술 기법의 눈부신 발달로 이제 더 이상 뇌수술을 받는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뇌혈관 전문가로써 뇌동맥류 발병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뇌혈관 치료 전문 병원을 신속히 방문하여,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면 후유증이 최소화시키면서 완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