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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분수에 맞는 정성을 다할때 비로소 빛난다

쌍산 김동욱
등록일 2011-05-25 21:17 게재일 2011-05-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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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등(貧者一燈)

가난한 사람의 정성스러운 등불 하나 이는 곧 가난하지만 성심껏 보시(布施)하는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현우경(顯憂經)`의 빈녀난타품(貧女陀品)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석가가 사위국(舍衛國)의 한 정사(精舍)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나라의 난타(陀)라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부처에게 공양을 바치고 싶었으나 남에게 구걸을 하며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돌며 구걸을 한 끝에 간신히 1전을 얻게 되었다. 그 돈으로 기름을 사서 부처에게 등불을 바치려고 했으나 기름장수는 그렇게 적은 양은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난타는 자신의 간절한 심정을 주인에게 털어놓으며 사정을 했다. 난타의 정성에 감동한 주인은 훨신 많은 기름을 주었다. 난타는 기뿐 마음으로 등을 만들어 부처에게 공양했다. 그로써 난타의 등불은 다른 많은 등 사이에서 밝게 빛났다. 그런데 얼마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밤이 지나면서 다른 모든 등불이 꺼져갔는데 난타의 등만은 세찬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채 계속 밝게 타는 것이었다. 석가는 난타의 정성된 마음을 알고 그후 그녀를 비구니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로부터 빈자일등 이라고 하면 가난하지만 정성을 다한 보시를 뜻하게 되었다. 남에게 정성을 바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다만 자기 분수에 맞고 정성이 한껏 들어가 있을 때 그 아름다움은 빛날 자격이 있다. 또한 그런 정성을 제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만이 그 선물은 제 빛을 누린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물건 자체에 정신이 팔려버리면 그것은 치사한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사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날 무렵 각지의 절집에는 소담스런 연등들이 가득 걸린다. 각자의 소망을 담은 등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 소망들이란 것에 제 욕심의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절에다 혹은 교회에다 엄청난 액수의 보시나 기부를 했다고 해서 그만큼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그들의 등불은 하룻밤을 지내기도 전에 사그라들고 만다. 희뿌연한 새벽의 안개가 들도록 꺼지지 않고 빛나는 등불은 바로 정성이란 이름의 등불이다. 우리는 어떤 등불을 밝혀야 하는지 타인과 자신이 같음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을 켜자.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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