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종 입지선정을 당초보다 보름 앞당겨 16일쯤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과학벨트 삼각분산배치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삼각분산 배치란 말 그대로 과학벨트 시설을 후보지중 3곳에 나눠 배치하는 것이다.
거론되는 지역은 대전·광주·대구 등 3곳이다.
그동안 유치활동에 사활을 걸었던 경북도를 비롯 포항시 등 지자체와 지역 경제계 학계는 허탈감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최종입지선정 결과가 발표도 되기 전에 어떻게 이런 삼각분산배치설이 나왔는지 이해 할 수없는 대목이다.
유치에 앞장서온 경북도와 포항시 등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과학벨트 분산배치가 거론될 때마다 나눠 먹기식 과학벨트는 사업의 중요성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그런데 최종 입지선정을 며칠 앞두고 불길하게도 삼각분산배치 이야기가 터져 나오니 기도 안찰 노릇이다.
대구를 끼워 넣은 것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민심달래기 성격이 짙다는 부연설명이다.
중이온 가속기 등 핵심시설을 다른 곳에 배치한다면 대구도 과학벨트 유치효과를 누리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과학벨트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관용 경북지사는 최근 도지사 자리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는 말로 유치운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지사의 힘만으론 한계를 느낄 만큼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며 주변에 도와주는 원군이 별로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을 돌려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경북의 위상이 중앙무대에서 예전같지 않음을 털어놓은 고백은 아닐까.
경쟁 후보지인 대전지역 야당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정치공세로 경북도의 과학벨트 유치에 태클을 걸었다. 형님벨트란 말로 과학벨트 후보지인 포항을 폄하하고 포항의 후보지 부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로 딴지 걸기를 예사로 했다.
그런 야당의원들과 비교하면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점잖은 모습을 보여온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조용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벨트유치에 유리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님 입지선정을 자신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자체나 기관단체 주민들의 간절한 유치염원과 활동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 경쟁 후보지 야당 의원들의 정치공세를 시원하게 반박했더라면 잘했다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을 것이다.
만약 최종 입지선정결과 경북·대구 모두 탈락한다면 지역 정치인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마저 다른 곳으로 간다면 지역의 후폭풍은 만만찮을게 분명하다.
이제 최종 입지선정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갈 길은 바쁜데 시간이 없는 형국이다.
과학벨트유치에 경북도민이 한 마음으로 뭉쳐, 마지막으로 뒷심을 발휘할때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우수한 연구기반시설과 탄탄한 산업기반 등을 갖추고 세계적 석학들까지 최적지로 꼽은 포항이 포함된 경북이 탈락하게 놔둘 수는 없다. 정부와 과학벨트 위원회도 과학벨트 취지와 어긋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삼각분산 배치론을 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려해 최종입지를 선정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탈락된 후보지들도 결과에 승복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