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 청개구리 소리다.
마치 오리나 거위 소리와 흡사했지만 분명 청개구리가 우는 소리였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10일 오후,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마을 대로변에 위치한 안동경찰서 임하파출소 경찰관들과 1년이 넘도록 동거 중인 `괴짜 청개구리`를 만났다.
지난해 3월 4일 신설된 이 파출소는 개소식 날짜에 맞춰 우연히 청개구리 1마리가 들어오면서 직원들과의 묘한 동거는 시작됐다.
이 청개구리는 당시 파출소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어떤 지인이 선사한 `행운목` 화분에 보금자리를 틀면서 아예 파출소 밖을 벗어나질 않고 있다.
처음에 어린아이 새끼손톱 만하던 녀석이 이제 몸길이 3㎝ 크기로 성큼 자랐다.
연두 빛깔의 청개구리는 파출소 내 벽면이나 바닥에서 회색에 가깝다가 나뭇잎 주위에서는 어김없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등 주변에 따라 변화무쌍한 보호색을 보였다. 또 네 다리의 발가락 끝에 발달한 흡반(빨판) 덕에 벽이든 나무든 어디든지 착착 달라붙는다.
안동경찰서 임하파출소에 1년전부터 보금자리 틀어
동면까지 하며 한 식구로…
추운 겨울철에는 행운목 화분흙을 비집고 들어가 동면을 취하더니 최근 파출소 내에서 날파리,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등 왕성한 매복근무(?)활동을 다시 시작했단다.
이 파출소 김진곤(47) 경사와는 1년이 넘게 함께 지낸 파출소 입소 동기다.
김 경사는 가끔 개구리와 서로 통하는 대화(?)도 한다.
김 경사가 목을 가다듬어 “우왝” 하면 청개구리도 “우왝”으로 맞장구 친다. 이를 본 권종덕 경사 등 동료 직원들은 배꼽을 잡았다.
“청개구리는 비가 오거나 새벽 2시만 되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소리 높여 울곤 합니다. 우리 파출소 총 7명 가운데 8번째 야간 순찰조를 담당하고 있지요” 라고 김 경사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한달 전 추가로 한마리 합세
앙증스런 한쌍으로 동고동락
마을 주민들 인기 `한몸에`
여기에 지난달 또 다른 청개구리 한 마리가 파출소에 들어오면서 이제 한 쌍이 됐다.
직원들은 부부가 됐다며 청개구리들의 신방을 차려주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분무기로 바닥이며 행운목 주위에 촉촉하게 물을 뿜어준다.
이 같은 소문은 마을주위로 삽시간에 퍼져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특히 자율방범대원, 어머니봉사대원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임하파출소 이성만(49·경위) 소장은 “앙증스런 청개구리 한 쌍을 보기위해 주민들도 자주 들리는데다 가끔 치안활동에 지친 직원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다만 거꾸로 일하는 `청개구리 파출소`로 인식될까 조금 염려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즈넉하고 평온한 임하면 신덕리 마을에서 매일 새벽마다 파출소의 정적을 깨우는 `괴짜 청개구리 한 쌍` 은 도심과 사뭇 다른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