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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와 경찰관들의 `기묘한 동거`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1-05-12 21:21 게재일 2011-05-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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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왝, 우왝… 파출소 매복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

“우왝, 우왝”

이게 무슨 소리? 청개구리 소리다.

마치 오리나 거위 소리와 흡사했지만 분명 청개구리가 우는 소리였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10일 오후,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마을 대로변에 위치한 안동경찰서 임하파출소 경찰관들과 1년이 넘도록 동거 중인 `괴짜 청개구리`를 만났다.

지난해 3월 4일 신설된 이 파출소는 개소식 날짜에 맞춰 우연히 청개구리 1마리가 들어오면서 직원들과의 묘한 동거는 시작됐다.

이 청개구리는 당시 파출소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어떤 지인이 선사한 `행운목` 화분에 보금자리를 틀면서 아예 파출소 밖을 벗어나질 않고 있다.

처음에 어린아이 새끼손톱 만하던 녀석이 이제 몸길이 3㎝ 크기로 성큼 자랐다.

연두 빛깔의 청개구리는 파출소 내 벽면이나 바닥에서 회색에 가깝다가 나뭇잎 주위에서는 어김없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등 주변에 따라 변화무쌍한 보호색을 보였다. 또 네 다리의 발가락 끝에 발달한 흡반(빨판) 덕에 벽이든 나무든 어디든지 착착 달라붙는다.

안동경찰서 임하파출소에 1년전부터 보금자리 틀어

동면까지 하며 한 식구로…

추운 겨울철에는 행운목 화분흙을 비집고 들어가 동면을 취하더니 최근 파출소 내에서 날파리, 하루살이를 잡아먹는 등 왕성한 매복근무(?)활동을 다시 시작했단다.

이 파출소 김진곤(47) 경사와는 1년이 넘게 함께 지낸 파출소 입소 동기다.

김 경사는 가끔 개구리와 서로 통하는 대화(?)도 한다.

김 경사가 목을 가다듬어 “우왝” 하면 청개구리도 “우왝”으로 맞장구 친다. 이를 본 권종덕 경사 등 동료 직원들은 배꼽을 잡았다.

“청개구리는 비가 오거나 새벽 2시만 되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소리 높여 울곤 합니다. 우리 파출소 총 7명 가운데 8번째 야간 순찰조를 담당하고 있지요” 라고 김 경사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한달 전 추가로 한마리 합세

앙증스런 한쌍으로 동고동락

마을 주민들 인기 `한몸에`

여기에 지난달 또 다른 청개구리 한 마리가 파출소에 들어오면서 이제 한 쌍이 됐다.

직원들은 부부가 됐다며 청개구리들의 신방을 차려주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분무기로 바닥이며 행운목 주위에 촉촉하게 물을 뿜어준다.

이 같은 소문은 마을주위로 삽시간에 퍼져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특히 자율방범대원, 어머니봉사대원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임하파출소 이성만(49·경위) 소장은 “앙증스런 청개구리 한 쌍을 보기위해 주민들도 자주 들리는데다 가끔 치안활동에 지친 직원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다만 거꾸로 일하는 `청개구리 파출소`로 인식될까 조금 염려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즈넉하고 평온한 임하면 신덕리 마을에서 매일 새벽마다 파출소의 정적을 깨우는 `괴짜 청개구리 한 쌍` 은 도심과 사뭇 다른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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