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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마 인디언의 또 다른 비극 `비만`

최승희 기자
등록일 2011-05-12 21:40 게재일 2011-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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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편한 것만 찾는 `문명의 이기`로 질병 증가

육류 과다 섭취·활동량 감소는 우리 몸 위협 원인

지금으로부터 약 6만년 전 인디언들은 유라시아의 북시베리아로부터 알레스카를 거쳐 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하였다. 그들은 큰 강가를 따라 집을 지었고 사냥과 채집을 통해 먹을 거리를 구했다. 지게를 지고 짐을 나르고 말을 타고 사냥을 하느라 몸에 살이 찔 겨를이 없었고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 이겨내야 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식량이 풍부할 때는 가능한 많이 먹어서 몸속에 지방으로 저장하려고 하였다.

1492년, 유럽으로부터 큰 키와 하얀 피부색의 이방인들이 찾아왔다. 인디언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피마라는 이름은 인디언들이 유럽인들을 만났을 때 한 말“피마크”(`나는 모른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7세기경부터 유럽으로부터 온 이방인들은 점차 인디언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디언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미국 정부는 늘어난 자국민들의 거주지 확보를 위해 1859년부터 인디언들을 `길라 강 인디언 커뮤니티`라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강제로 거주하도록 하였다.

1898년부터는 미국인들이 강의 상류를 막아서 수로를 확보하는 바람에 농사를 중단하게 되었고 대신에 정부로부터 식량 배급을 받았다. 이로부터 피마 인디언의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었다.

정부로부터 보급되는 식량 덕분에 예전처럼 사냥하거나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인디언들은 기름진 음식에 길들어졌고 점점 뚱뚱해졌다. 급기야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콩팥병, 족부궤양 등과 같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쓰러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애리조나주 남쪽 멕시코지역으로 이주한 인디언에서는 당뇨병이 성인인구의 7% 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의 피마 인디언에 비해 식량이 풍족하지 않아 활동을 많이 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했던 것이다.

피마 인디언은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잉여에너지를 쉽게 저장할 수 있는 `검약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생존에 유리했지만 식량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비만을 일으켜 당뇨병에 쉽게 걸린 것이다.

피마 인디언의 비극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비추어 보게 된다.

비단 그들이 아시아에서 건너갔고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해서만이 아니라 그들이 서구 문명을 만나 겪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당뇨병 인구는 보릿고개를 벗어난 1970년에 약 1%였으며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에 근접한 2008년도에는 약 10%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 노인인구의 증가 및 서구화된 생활 양식이 지목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당뇨병 인구의 증가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채소보다는 육류를 많이 섭취하고 활동량이 감소한 생활 양식의 변화가 피마 인디언처럼 역사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 길들어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더욱 위협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에서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생활이 편리해짐에 따라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한두 층 올라가는데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직장에서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외식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 패밀리 레스토랑, 치킨, 피자, 고깃집 같은 곳이 넘쳐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점점 뚱뚱해지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뇨병은 더 맛있고 더 편한 것만 찾고 `문명의 이기`만 누리려는 `우리의 나태한 생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요즘 사회적으로 당뇨병, 비만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맛보다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아나서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냥 맛있어서 찾던 음식에서 무슨 재료가 들어있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또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퇴근 후 애써 시간을 내어 헬쓰 클럽에서 운동하거나 공원이나 강변 산책로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따뜻한 봄날이다. 누런 황사바람이 우리의 푸른 봄을 앗아 가는 거 같아서 불쾌하지만 무거운 옷을 벗어 두고 동네 한 바퀴 걷는 것은 어떨까?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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