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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정은 네가 먼저 가지는 것

쌍산 김동욱
등록일 2011-05-11 21:12 게재일 2011-05-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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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竹馬故友)

같이 대나무말을 타고 놀던 어린 시절의 벗. 곧 소꿉동무나 오랜 친구를 일컫는 말이다. `세설신어(世設新語) 품조(品藻)`편 `진서(晉書)은호전(殷浩傳)`등에 전한다.

진(晉)나라 간문제(簡文帝) 때 환온(桓溫)과 은호(殷浩)라는 인물이 있었다. 환온은 일찍이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내고 있었고, 은호는 은사(隱士)로서 자처하고 있었다. 당시 촉(蜀) 땅을 평정하고 돌아온 환온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간문제는 환온을 견제하기 위해 은호를 양주자사(楊州刺史)에 임명했다. 은호는 마침 환온의 어릴 때 친구로서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온을 견제하기 위한 간문제의 포석으로 은호가 벼슬길에 오르자 당장에 두 사람은 정적(政敵)이 돼 서로 질시하기 시작했다. 왕희지가 안타깝게 여겨 둘을 화해시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은호가 듣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의 하나인 후조에서 왕이 죽자 내분이 일어났다. 진나라에서는 중원 땅을 회복할 기회라고 여겨 은호를 중원 장군에 임명해 군사를 출동시켰는데, 은호는 출발지에서부터 말에서 떨어지는 일을 겪고는 결국 싸움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참패하고 돌아왔다. 환온은 즉시 은호를 규탄하는 소를 올려 그를 서인으로 떨어뜨리고는 변방으로 귀양보내고 말았다.

은호가 귀양간 후, 환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호는 어려서 나와 같이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였는데, 내가 싫증이 나서 죽마를 버리면 은호가 늘 가지고 가곤 했다. 그러니 그가 내 밑에 앉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날 죽마고우라 하면 어렸을 적부터의 친근한 벗을 말하지만, 여기에는 뜻밖에는 이같이 우정을 배신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관련되어 전하는 것이다.

은호는 결국 변방의 귀양지에서 생애를 마치게 되는데, 그의 사람됨을 단편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전한다.

귀양지에서 은호는 절대은 푸념이나 원망을 하지 않은 채 온종일 하늘을 바라보며 `돌돌괴사`라고 손가락으로 쓰곤 했다. 후에 환온이 은호를 상서령으로 삼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은호는 기꺼이 승낙하는 답장을 썼다. 그리고는 틀림없이 하느라고 수십 번이나 답장을 봉투에 넣었다 뺏다 하며 보다가 급기야는 넣는 것을 잊어버리고 빈 봉투만을 환온에게 보냈다. 빈 봉투를 받은 환온은 화가 나서 다시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으며, 이로써 결국 은호는 배소에서 죽고 만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많다.

상대를 원망하지 않는 은호의 우정이 가슴에 새기고 싶다 아름다운 우정은 네가 먼저 가지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다.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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