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나 윤리를 가리켜서 인륜(人倫)이라 하고 부자(父子-부모·자식 사이)·형제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이라 한다. 동방예의국 우리나라는 이것을 정말 중요시하며 때로는 목숨으로 여기는 것이다. 옛날 농경문화시절에는 인간의 취미나 오락이 별로 없었다. 현대화의 물결속에 각종 게임기가 나오고 국민들의 취미가 그 폭이 넓어져서 별 것이 다 등장했다. 사람이 한 곳에 몰두한다는 것은 참 좋은 방면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도(度)를 넘어 너무 열중해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면 그것은 큰 문제로 여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부족한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현실로 보면 어른들은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하고 아이들은 전자게임에 도취되어 스스로 무너져 버리는 경향이 너무도 많다. 지난해 연말에 세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터져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떤 독자는 세상 살 맛을 잃고 돌았을 뻔 했다는 것이다. 컴퓨터게임에 빠진 비정한 엄마가 두살난 아들을 살해한 비정한 소식이 세모를 어지럽게 했다. 집안에서 게임에 눈이 멀어 10시간 넘게 혼자 몰두한 나머지 자식 새끼는 남이었다. 생후 35개월된 아들의 밥먹이는 것도 잊고 게임에 중독이 되어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던 27세의 젊은 어머니는 아들을 수차례 폭행하다가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인륜은 물론이요, 천륜을 망각한 비련의 여인-그것도 사람인가, 동네가 발칵 뒤집어 졌다.
경찰에 불려온 그 악마같은 여인은 “평상시에도 아들이 이유없이 미웠는데 이 날은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는 말만 했다는 것이다. 한 때는 자기가 낳은 아들을 돌보기가 싫어 시댁에 1년간 맡긴 일도 있었다 한다. 정신력도 멀쩡한 엄마, 그녀는 천륜도 잊은 패륜아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