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추궁차원에서 구성되는 비대위가 패배에 책임져야할 당 지도부의 주도로 구성돼서는 안된다는 명분이니 소장파의 반발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소장파들은 신임 황우여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비대위를 재구성,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도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자신을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하고, 기존 최고위원들이 참여하는 `임시 지도부`를 구성, 당무를 비롯해 최고위원회의의 통상업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소장파의 차기 당권후보로 꼽히는 4선의 남경필 의원은 “모든 힘은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의총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것을 주도할 권한과 권위는 의총에서 선출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비대위 거부논리에 힘을 보탰다.
소장파들이 이번 비대위 구성에 제동을 건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다. 정치권에서는 소장파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비대위 활동을 통해 계파선거를 막기위한 전 당원 투표제와 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을 관철시킨 뒤 소장파간 미니경선 등을 통해 뽑은 젊은 후보를 당권에 도전시킨다는 구상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의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을 낳은 것은 한나라당 쇄신의 서막에 불과해 보인다.
어쨌든 당을 쇄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려는 한나라당의 노력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몸짓들이 단지 소장·쇄신파 의원들의 자리다툼이나 권력욕에서 비롯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도록 신중하고, 세심하게 국민의 뜻을 읽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9일 한나라당 원외위원장협의회는 `한나라당은 원내 기득권 집착부터 버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비상대책기구에 원외위원장이 합당한 비율로 참여 할 수 있도록 다시 구성할 것 △비상대책기구의 추인은 의원총회가 아닌 전국 당협위원장회의에서 결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당, 정, 청 소통부재와 역할 분담의 문제에서 찾는다면 당내 소통과 당내 민주주의의 원칙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저런 쇄신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한나라당, 마땅히 변화해 국민과 함께 호흡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