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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가 금 보다 돈이 된다”

최승희기자
등록일 2011-05-03 20:52 게재일 2011-05-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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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지난 주말 포항 북구지역의 한 농촌마을 경로당. 외지인 3~4명이 찾아와 어르신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집집 곳곳에 묵혀있던 은수저 세트를 싹쓸이 하다시피 사들였다.

이 남성들은 은수저 세트를 고가에 쳐주겠다며 어르신들을 유혹하자 어르신들은 아들, 딸 혼수로 받아 부엌과 장롱 등 곳곳에 보관하고 있던 은수저 세트를 내 놓은 것이다.

이들은 이날 적게는 2벌에서 많게는 5벌로 구성된 은수저 세트를 한 세트 당 7~8만원씩, 수 십 여벌을 챙긴 후 동네를 유유히 떠났다.

최근 은값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장사꾼들이 시골 경로당을 표적으로 삼고 은수저를 싼값에 싹쓸이 매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귀금속 전문업체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국내 은 3.75g(한 돈·고객 구매가 기준)은 지난 1일 5천325원에서 15일 6천원대(6천270원), 22일 7천원대(7천370원)를 돌파했다. 전날에는 8천85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날 7천500원으로 7.2% 내렸다.

또 1년 전 온스 당 15.57달러이던 은 가격은 현재 31달러선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금이 온스당 1천99.5달러에서 1372.25달러로 25% 오른 점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4배나 높다. 은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금과 은의 교환비율은 44.7배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아졌다.

은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자 은수저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은수저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7만4천800원이던 은수저 1벌(94g 기준, 순도 70%) 가격은 1달 새(4월 초) 7만8천300원으로 오르다 4월말 9만7천800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은수저 값이 폭등하자 장사꾼들이 시골 경로당을 노리고 은수저를 시중가보다 턱없이 싼 가격에 매입하고 있다.

이모(49·포항시)씨는 “주말을 맞아 본가에 들렀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은수저 세트를 팔았다고 자랑을 하시더라”면서 “최근 은값이 폭등하면서 은수저 세트의 가격도 급등했다고 하더니 장사꾼들이 순진한 시골 어르신들을 표적으로 삼아 은수저를 헐값에 사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저)세트 한 벌 당 시중 구입가가 족히 10만원이 넘는다고 하던데…. 은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이 같은 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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