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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스러운 금융 `막장 드라마`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04-27 21:17 게재일 2011-04-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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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전 영업정지된 6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직전 예금이 무더기 인출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등 6곳에서 영업정지 전날 영업 마감 이후 모두 1천56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들 저축은행 임직원이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영업정지 가능성을 미리 알려 예금을 빼내게 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지역 유지나 예금 규모가 큰 VIP 고객에게도 영업정지 전에 서둘러 예금을 찾아가도록 따로 연락을 해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도덕파탄자들이 등장하는 금융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어떤 직종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금융업 종사자들이 벌인 작태여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침몰 여객선 승무원들이 승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하는 장면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않았을 법하다.

또 황당한 것은 현장에 있었던 금융감독기관 직원들이 영업정지 전 예금 불법인출 정황을 포착하고서도 사실상 이를 방치해 결과적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점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에 파견된 금융감독관들은 영업정지 전날 영업시간이 끝난 상황에서 은행 직원이 전산 작업을 통해 예금을 찾아준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의 인출 요청 없는 무단 예금인출을 금지한다는 공문만 각 지점에 보냈을 뿐 이를 차단하려는 확실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지점에서는 밤늦게까지 예금 인출이 이뤄졌다고 하니 현장 감독 업무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가 영업정지 정보의 사전유출로 빚어졌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감독기관이 부산저축은행 측과 영업정지 문제를 논의한 내용이 새나가면서 무더기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측도 사전 정보 유출 개연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영업정지로 예금이 묶인 수많은 서민 고객의 고단한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산저축은행 불법 예금인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체포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기관의 감사 자리를 사실상 독차지하는 현실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법을 잘 지키고 있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안이한 자세로 쇄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환골탈태를 해야 할지 진지하게 자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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