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종북자세로 평화는 없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27 23:36 게재일 2011-04-27 18면
스크랩버튼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김정일 정권의 인권유린은 지구상에서 최악이라는 사실이 유엔의 공식적 인권보고서에서 드러난 것만도 여러 차례다. 2만 명을 넘어서는 국내 탈복자들의 증언에서도 북한의 인권유린 만행은 귀를 열고 들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사실이 전해진지 오래다. 심지어 이른바 좌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입에서조차 북한 방문 시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실토할 정도다. 이제 김정일의 반인권적 야만성은 대부분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준의 절박한 상황이란 사실을 김정일 추종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긍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의 개선을 촉구하고 유도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북한 인권법안이 17대 국회에 이어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겨우 해당상임위를 통과했을 뿐 법사위에서 민주당의 상정 거부로 또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은 반대 이유로 `인권법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고 북한을 자극하기만 할 뿐`이라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 대표는 `내가 종북주의자라고 비난 받아도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질책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5월 임시국회를 열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우리 국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제 인권을 거창하게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스럽다. 수많은 동포가 북한 정권의 야수적 폭력에 무참히 고문과 살상을 당하고 있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고 있는데도 명색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아무런 의사 표시조차 없다면 도대체 이 국회가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라면 불의에 대해 저항이 불가능할 경우 눈을 부릅뜨고 소리라도 질러 상대를 꾸짖는 것이 상정이다. 성난 목소리라도 내지 않는다면 불의에 겁먹었음을 뜻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악이 기승을 부리도록 도와주는 꼴이다. 민주당이 “실효성이 없다”느니 “북한을 자극한다”느니 하고 한가한 반대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흉한의 폭력에 입을 다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법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든 없든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동포의 고통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가족이 야만적 폭력에 짓밟힐 때 막을 힘이 없다고 실효를 따지며 보고만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북한을 자극한다고 안 된다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평화는 결코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지원이 북한 동포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기보다 결국 핵무장을 지원한 꼴이 되어버린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그들을 자극하지 않고 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경제지원을 했던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최근 연평도 도발과 천안함 폭침도 모자라 계속 대남공격 위협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공갈 협박이 아닐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도발을 막는 것은 우리의 방어력뿐이다. 물론 평화적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겠지만 그것이 종북적 자세나 굴욕적 태도로 이뤄진다면 그것은 북한 대남도발의 불안만 키울 따름이고, 북한에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다.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동포의 참혹한 인권유린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분명 종북적이거나 굴종적 자세다. 민주당은 왜 종북적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권법을 반대하는가. 국민들 앞에 진실한 속내를 밝혀야 한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입장을 확실히 알 권리가 있다. 만약 일부 진영의 주장대로 법안의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독자의 인권 법안을 당당하게 내놓고 국민 평가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당이 김정일 정권에 굴종적 자세로 신뢰를 얻고 그것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믿는다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우리가 김정일 정권과 협상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반인권적인 한 그들을 믿어선 안 된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