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순간
그걸 깨닫기 무섭게
끝없는 벼랑만 남았다
눈보라치는 벌판 한가운데
끝없이 나 있는 좁은 길바닥
내 맘을 따라온 발자국들
흩어지고 흩어지고 있다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나는
나를 버리려고 헤매고 있을 뿐!
나를 따라온 발자국들, 예전에도
나를 떠났던 것, 나는 나를 지우지 못한다
나는 내가 아니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던가
길가에 쳐진 버드나무 가지들, 그
길고 가느다란 꼬랑지들 쉴새없이
사발팔방으로 찢기려고
발광을 하고 있다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2000)
처절하리 만치 시적 자아의 내면적 고통이 토로되어 있다. 자기 자신에게 갇혀서 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극단적 상황이 전개되어있다. 눈보라 속 평화경은 없는걸까. 흔히 사람들은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것마저 막혀있으며, 시적 자아의 내면적 고통이 자연과의 소통이나 거기서 얻는 평화마저도 막아버림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