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진(秦)나라에 대항하는 여러 나라들이 합종연횡(合從連橫)의 대책들을 서로 들고 나와 천하가 한창 어지러운 때였다.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대표적인 종횡가 합종 연횡술에 밝은사람 였지만 소진의 아우소려와 소대도 형 못지않은 유세객이었다. 소려는 주의 난왕에게 백발백중의 비유를 인용하고 중국의 동북방에 있었던 연 나라는 이웃한 서쪽의 조 나라와 남쪽의 제 나라와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때 연나라에 기근이 들자 조왕은 제나라에 군대를 파병하고 있던 터라 조나라와의 전쟁을 피하고자 했으므로 소대에게 조나라를 설득해 주도록 부탁했다. 소대는 다음과 같이 해문왕을 설득했다.
“오늘 이 나라에 들어오는 길에 역수 연나라. 조나라와 국경을 이루는 강을 건너다 문득 강변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마침 조개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요새가 날아와 조개의 속살을 부리로 쪼았습니다. 화가 난 조개가 입을 굳게 다무는 바람에 도요새는 그만 부리를 끼이고 말았습니다. 도요새가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도 화가 난 조개는 입을 꼭 다물고 부리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다급해진 도요새가 `내가 이렇게 버티고 서서 오늘도 내일도 비가오지 않으면 너는 말라 죽고 말 것이다`라고 하자. 조개도 `내가 이대로 오늘도 내일도 놓아주지 않으면 너도 굶어 죽고 말 것 이다`라고 맞대면서 버텼습니다. 이렇게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부가 둘을 발견하고는 냉큼 어망 속에 잡아 넣어버렸습니다”
느닷없는 조개와 도요새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는 혜문왕에게 소대는 말을 이었다.
“지금 전하께서는 연나라를 치려고 하십니다. 그러나 연나라가 조개라면 조나라는 도요새입니다. 연과 조 두 나라가 공연히 싸워 국력을 낭비한다면. 바로 이웃의 저 강대한 진나라가 운 좋은 어부가 될 것입니다”
이 말에 혜문왕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낭장 침공 계획을 취소했다.
인생은 길지 않다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야한다. 혹시 시기와 질투·간섭 등으로 인해 당신의 어부지리를 당하지 않는지 유심히 당신의 그림자를 보자.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