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들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이 시는 화가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을 보고 쓴 작품이다. 그림에서 시로 장르의 변용을 꾀한 것이다.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반어적 비판적 어투로 엮어간 서정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