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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刺繡)...허 영 자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18 20:45 게재일 2011-04-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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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淨土) 가는 길도

보일 성 싶다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되찾기 위해 고요히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잠시라도 사람 사이를 떠나기도 한다. 이 시는 시인이 자수(刺繡)라는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일들을 통해 복잡하고 아프고 시린 세상의 슬픔을 잊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체험의 시이다. 극기(克己)의 한 방법으로 수를 놓으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 시인의 몸짓, 더 나아가 극락정토에 이르는 길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시인의 마음이 은은히 비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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