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얼음이 녹아 흐르는 차가운 강물은
불꽃을 사랑하여 꼭 껴안아주고 싶지만
껴안으면 불꽃은 곧 죽고 만다네
뜨거운 햇살에 검게 탄 손으로 띄운 불꽃은
강물을 사랑하여 그 젖가슴 물고 싶지만
그러면 곧 죽고 만다네
강물은 불꽃을 데불고 흘러갈 뿐
불꽃은 강물이 가는 곳을 좇아갈 뿐
마침내 불꽃이 수명을 다하며
강물은 그 시신 고이 안아
부드러운 젖가슴 물려주네
`나무 물고기`(2002)
삶과 죽음은 결국은 만나는 것이리라. 강물과 불꽃은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상실하지 않으려고 함께 흐르고 함께 타오를 뿐이다. 물과 불이 서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사랑이며 서로 만나는 것도 사랑이다. 시인은 마침내 `사이`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니 살아서 죽어가는 우리에게 그 죽음의 길마져 사랑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