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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유모차...김 명 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08 21:06 게재일 2011-04-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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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가 가네

텅 빈 유모차를 몰고 햇빛 속을 가네

저 텅 빈 유모차에

오오 텅 빈 유모차에 넘치게 가득한 白日!

가네, 댓바람에 휩쓸린 멧새 울음 속을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살아生前이 가네

세월의 삽날에 허리 꺾인

바퀴살이 아직은 쓸만한 유모차가 가네

다만 일그러진 쇠붙이

젖먹이 울음소리 텅 빈 유모차들도

상한 풀잎을 지상으로 떠받치는

저토록 단단한 힘이 되네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2002)

텅 빈 유모차를 움직이는 것은 할머니의 힘이 아니다. 시에 나오는 `햇빛`으로 표상되는 자연의 맑고 밝은 힘과 `어머니의 어머니의 생전`이라는 삶의 확실한 역사가 유모차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 생을 고단하고 힘겹게 살아온 이 땅의 수 많은 할머니의 평생이 얼마나 신산(辛酸)의 삶의 연속이었을까를 생각하며, 그들 인고의 삶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심정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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