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유모차를 몰고 햇빛 속을 가네
저 텅 빈 유모차에
오오 텅 빈 유모차에 넘치게 가득한 白日!
가네, 댓바람에 휩쓸린 멧새 울음 속을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살아生前이 가네
세월의 삽날에 허리 꺾인
바퀴살이 아직은 쓸만한 유모차가 가네
다만 일그러진 쇠붙이
젖먹이 울음소리 텅 빈 유모차들도
상한 풀잎을 지상으로 떠받치는
저토록 단단한 힘이 되네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2002)
텅 빈 유모차를 움직이는 것은 할머니의 힘이 아니다. 시에 나오는 `햇빛`으로 표상되는 자연의 맑고 밝은 힘과 `어머니의 어머니의 생전`이라는 삶의 확실한 역사가 유모차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 생을 고단하고 힘겹게 살아온 이 땅의 수 많은 할머니의 평생이 얼마나 신산(辛酸)의 삶의 연속이었을까를 생각하며, 그들 인고의 삶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심정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볼 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