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정사는 제6공화국에서 1988년 4월 26일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총선거는 정당정치가 정착된 이래 최초로 집권여당이 의석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여 이른바 여소야대의 정국을 형성하는 기록을 남겼다. 대통령선거가 직선제로 바뀌면서 국회의원선거제도도 소선거구제로 바뀌었다. 당시 가장 특징적인 것은 16년 만에 국정감사가 부활되었으며 처음으로 청문회제도가 실시되어 청문회정치라는 새로운 민주정치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13대 국회는 의정사상 최초로 청문회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신군부의 등장배경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과거사의 진실 규명을 위하여 제5공화국에 있어서의 정치권력형 비리조사특별위원회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청문회를 개최하였고, 문교공보위원회에서도 80년 이후의 언론통제 및 80년 언론인해직에 관한 청문회가 개최되었다. 당시 우리 의정사상 최초로 열린 이 청문회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켰으며 민주사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사회주의나 공산독재정치에서는 볼 수 없는 민주국가의 이 국회인사청문회제도는 곧 국사를 이끌어야 하는 사회지도층들이 고위관료로 나아가는 등용문인 셈이다. 때문에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함께 능력, 자질, 업무수행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국회로부터 검증을 받은 후 그 적합성에 따라 인준을 받는다. 지금까지의 이러한 인사청문회에서 공통으로 터져 나오는 판데믹의 세 요소가 있으니 그 첫째가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의 경우 대체로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마음이야 고금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가지지만 실제 살지 않는 곳에 마치 살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범법행위는 현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 자녀에게 불이익을 주며 혜택을 받아야 할 실제 거주자에게 혜택을 못 받게 하는 행위로 건전한 사회질서를 무너뜨린다.
둘째로는 병역비리이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같은 민족끼리 낡은 이념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져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는 국토방위라는 절실한 의미를 담고 있다. 21세기 마지막 분단국가, 냉전국가 한반도에서 핵개발과 가공할 만한 지상군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곧 애국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된다. 지금까지 청문회의 대다수 후보자들이 본인을 비롯하여 그 자식들까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병역면제를 받고 있는 상황은 철저히 파헤쳐 검증받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병역비리로 무임승차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이 땅에 발을 디뎌서는 안 될 것이다.
세 번째 부동산투기이다. 위장전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탈세와도 연관이 있는 부동산투기 행위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황금만능주의 사고방식에서 기인된다. 이러한 결과는 불로소득의 누증으로 인한 빈부 격차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불안을 조성하며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주거 문제를 악화시키고 불로소득으로 인한 사치, 낭비, 범죄적 소비 등이 만연하여 사회의 건전한 기강을 뒤흔들어버린다. 또한 사회 간접 시설 축조 비용의 천문학적 증가로 국가 재정 부담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
지난날부터 현재까지 인사청문회를 통한 대다수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과 법 위반사례는 우리의 지도급 사회에 퍼져 있는 도덕 불감증의 판데믹을 또 한 번 확인시켰다. 도덕적 관념에서 그들은 `사회지도층`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적절치 못한 방법과 행위를 서슴없이 총동원하여 부(富)를 축적한 그냥 `부유층`의 한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