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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하고 뛰지 마라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9-03 22:30 게재일 2009-09-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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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생애에서 없었으면 하는 계절이 여름일 게다. 사람과 친근해서 가장 사랑을 받는 짐승이면서 여름 복날이면 혹독한 수난을 당해야 하는 개의 운명이 측은하다.

우리말 가운데는 욕지거리가 유난히 많다는 점이 조금은 특별하다. 특히 영어권에 비하면 욕설의 가지 수는 수배가 된다고 하니 부끄러운 것인지 그만큼 표현의 다양성으로 보아 자랑으로 여겨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그것은 우리의 어휘가 그만큼 고차원적이라는 것에 기인한다면 너무 자랑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표현의 다양성 덕분으로 욕지거리의 가지 수가 많아진 것은 틀림없다. 그중에서 개에 빗댄 욕지거리가 무척이나 많다는 사실은 특이한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성경에서도 개를 비하시킨 구절이 여러 군데 보인다. “블레셋 사람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하고 그의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하고(삼상17)”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 가운데는 소, 돼지, 말, 염소, 닭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이처럼 반려동물 가운데 가장 친숙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난스럽게 욕지거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유독 개가 욕지거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어렵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욕설 가운데 `개새끼`가 단연 으뜸이다. 길거리에서 또래들이 어울려 있는 곳을 지나치다 보면 틀림없이 듣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욕설이다.

우리말에는 나이나 장소, 상황에 따라서는 같은 새끼라도 그 어감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새끼를 갖다 붙이면 욕설이 되기도 하고 애정 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개새끼만큼은 어떤 상황에 쓰더라도 욕지거리로 통하게 되는 속성을 보인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고 보니 개에 얽힌 얘기도 많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 신양리에는 1994년에 경북민속자료 제105호로 지정된 의구총(義狗塚)이 있다. 의로운 개의 무덤이라는 뜻이다. 이 의구총이 생겨난 연유는 다음과 같다.

그 옛날에 이 마을에 김성발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에게는 충직한 누렁이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개를 데리고 출타했다가 모처럼 만난 지인들과 기울인 한잔 술에 취기가 올라 집으로 돌아오는 풀밭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든 그 풀밭 근방에 불이 나고 말았다. 잠든 주인의 곁을 지키고 있던 누렁이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깨웠으나 만취한 주인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그러자 누렁이는 한참이나 떨어진 낙동강까지 뛰어가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온몸을 물에 적셔서 주인의 주변 가까이 타들어 온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를 수 없이 반복했다.

늦게야 잠에서 깨어난 주인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상황과 온몸이 그을리고 탈진하여 죽어 있는 누렁이를 보고서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짐작하고 그 주인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하여 누렁이의 시신을 고향마을 뒷산에 묻어주고 그곳을 구분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후 현종6년(1665)에 선산부사 안응창이 이 얘기를 전해 듣고 미물인 개도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어떻게 의리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의구전(義狗傳)을 지었고, 훗날에는 의구도가 그려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1993년 개발 때문에 지금의 위치로 이장하고 말끔히 정비하여 의구의 행적을 기리는 비석과 함께 오늘날까지도 의에 대한 교훈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개란 짐승은 충직하고 의리를 잘 지키는 것으로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욕지거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아무래도 아이러니다.

개에 관한 이런 조크도 있다. “개하고 뛰지 마라. 개랑 뛰었다가 지면 개만도 못한 놈, 비기면 개 같은 놈, 이기면 개보다 더 독한 놈이 된다.” 피할 건 피하라는 세상 이치를 개라는 매개체에 비유한 조크지만 단순한 우스개로 여길 수가 없어 보인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데…. 서로가 잘났다고 싸움질해대는 인간사가 개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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