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면 반드시 시기하는 잡귀가 있어, 갖은 수단으로 괴롭히고 끝내는 불행을 자초하게 만든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아름답다 보니 추하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기가 막혀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전 몹쓸 꼴을 목격하곤 이게 바로 말도 안 되는 기 막히는 일이구나 여겼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 부부와 시내 어느 회 식당에 점심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날도 그 식당에는 제법 많은 손님들이 붐비고 있었고, 약간 떨어진 저만치 옆자리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회 접시를 중간에 두고 연신 소주를 들이키며 무슨 심각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득 눈길이 간 것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뛰어난 그 여자의 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신경을 건드린 탓이다.
벽면에 붉은 색깔로 커다랗게 붙여놓은 금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연신 뿜어대는 담배연기가 특급 골초 수준이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줄담배를 피워대는 그 여자뿐이었고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태도가 못내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가 담배연기가 하필 우리 쪽으로 자꾸 몰려오면서 매캐한 냄새를 풍기니 같이 간 이웃 아주머니가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고 여겼든지 그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아주머니 왜 쳐다봐요?”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튀어나왔다. 당황한 건 이쪽 아주머니 “아아니! 거길 본 게 아니에요.” 그리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른 무슨 말이 있었다면 물고 뜯기라도 해 보겠다는 서슬에 이웃 아주머니가 당황한 것이다.
나이로 봐서도 딸내미쯤 돼 보이는 그 젊은 여자의 당돌한 태도는 아무리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한계에 부딪힌다. 바로 이를 두고 기가 막힌다는 거다.
젊은 여자의 순간적인 태도로 보아 전혀 남을 의식한다거나 아래위를 알아 처신하는 예의는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 젊은 아가씨의 당돌한 행동을 보면서 이것이 오늘날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이라고 빗댄다면 너무 무리한 표현일까?
요즘 길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아가씨들을 보노라면 미인 아닌 사람이 없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어느 날 갑자기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인지 유독 아가씨들의 외모가 엄청나게 예뻐졌다.
황인종 가운데서 가장 이목구비가 잘 생기고 피부가 하예서 어딜 가도 미인으로 대접받는 한국인들이라곤 하지만 달라져도 갑자기 너무 많이 달라졌다.
한국 의술 가운데 선진국을 뺨치는 것이 성형외과라고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성형외과는 연중 내내 예약이 밀린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의사의 성형기술은 소문나 있다는 것이다. 소문답게 너무 완벽하게 뜯어고친 탓인지는 모르지만 다들 미스코리아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미모들이 거리를 활보하니 보기는 좋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태고 보니 너도나도 외모 가꾸기에 혈안이 된 듯하다. 올여름에도 많은 여대생들이 성형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고 한다.
그런데 앞모습은 한결같이 근사하고 발랄해 미스코리아를 뺨치는데 뒷모습이 개판이다.
껍데기는 날로, 날로 예뻐지고 있는데 마음까지도 따라가 준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 때 공전의 대 히트를 했던 유행가 가사가 왜 이다지도 아쉬워지는지 모르겠다.
우먼파워라는 말이 있다.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의 능력이 돋보여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여성들의 능력이 인정을 받고 사회발전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우먼파워가 되는 것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만 쫓아가며, 속마음은 사회규범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여성은 추하다. 앞모습 못지않게 뒷모습도 아름다운, 진정 미인박색이 아닌 여성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