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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등록일 2009-08-07 19:25 게재일 2009-08-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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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캐릭터의 충돌, 사회 풍자적인 소재의 `지구를 지켜라`는 희비극적인 감정을 동시에 주는 하이 코미디다. 이야기, 캐릭터, 장르, 촬영, 미술, CG까지.

`지구를 지켜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핵심은 `독특함`이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영화 -- 외계인을 소재로 한 판타지에, 평범한 청년이 지구를 지킨다는 동화적 요소, 진지한 웃음을 통해 세상을 꼬집는 풍자와 극적 아이러니.

이 독특함과 황당함으로 2003년 장준환 감독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관객들을 따라가기보다 관객들을 리드하는 영화이다.

주인공 병구는 꿈꾼다. 지구의 모든 힘없고 버림받은 자들이 외계인의 음모로부터 해방되기를.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 최초의 외계인 소재 영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계인의 실존이 아니다.

외계인은 현실도피의 수단일 뿐이다. 외계인이나 UFO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근사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묻는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건 저 먼 행성의 외계인일까? 아니면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일까?

이처럼 `지구를 지켜라`는 범 우주적인 주제로 시선을 돌려 한국 영화의 소재를 넓혀 주었다. `지구를 지켜라`는 개인의 과대망상에서 시작해 범 우주적인 주제로 마무리된다.

전반적으로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드라마가 주축이지만 극적 긴장감을 주는 키포인트는 황당하고 엉뚱함. 말하자면 리얼리티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상상력을 폭발시킨다.

특히 이 방대한 이야기는 코미디, 액션,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 SF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혼합장르를 탄생시킨다. 이것만이 아니다. 영화 곳곳에는 `2002 스페이스 오딧세이`, `길`, `블레이드 러너` 등 당대의 앞서갔던 영화들의 오마주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 역시 오로지 캐릭터와 드라마를 위해 존재한다.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미래세계와 가상공간. 그건 할리우드가 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구를 지켜라`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바로 아날로그적인 정서와 감각이다. 모든 열쇠는 병구라는 캐릭터에 있다. 병구가 손수 만든 집은 비밀기지국으로 인물의 정서를 보여주고, 카메라는 시종일관 인물의 시선으로 움직인다.

영화에는 상반된 공간이 나온다. 병구의 주 공간인 지하실과 병구를 약자로 만드는 외부세계. 카메라는 지하실에서 조여 오는 느낌으로, 외부세계는 와이드한 화면으로 상반되게 보여주고 강한 콘트라스트와 초록색과 붉은색의 대비는 병구와 강사장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 모든 것 역시 캐릭터와 드라마를 위해 존재한다.

병구는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처럼 강력한 파워나 특별한 능력이 없다. 그의 무기는 외계인이 지구를 위협해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는 개인적인 확신과 외계인을 무기력화 할 수 있다고 믿는 물파스, 때밀이 수건, 텔레파시 차단모자가 고작이다.

그렇게 병구는 그 자신의 리얼리티로 우주와 맞선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병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병구로부터 외계인 지목을 받는 강 사장역을 맡았던 백윤식의 연기는 압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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