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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을 전 국회의원

김진호기자
등록일 2009-08-03 17:30 게재일 2009-08-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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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긍심 가져야”

미 스텐퍼드대 아태연구소 객원연구원 생활 정리 귀국

청와대 개각·개편 앞두고 `정무장관 기용` 하마평 올라

여야 대립에 원칙 강조·지역구 활동으로 정계 복귀 꿈꿔

권오을 전 의원이 지난 달 24일 저녁 미국 스텐퍼드대 아태연구소 객원연구원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지난 6월 모친상을 당해 일시 귀국했던 권 의원은 이번에는 완전히 귀국했다. 예정했던 1년간의 외유가 끝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귀국한 권 의원을 만나 어릴 때의 꿈부터 시작해 지난 총선얘기며, 미국서 생활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권오을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함께 한 뒤 편한 콤비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3선의원으로 지낼 때도 기자들과는 편한 차림에 소탈한 말투였던 권 의원은 이날 오랜만에 여의도 방문이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 것 같았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들어오면서 출입증을 작성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다가 출입증을 작성하고 있자니 자신을 알아본 국회 관계자가 “왜 그러십니까. 출입증을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며 출입을 허용한 데 대해 무척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릴 때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릴 때 꿈은 출세하는 것이었다고 하면 이상한지 모르겠네요. 당시 출세라면 고시를 하거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었는 데, 그 당시 국회의원은 요즘과는 달리 상당히 존경을 받았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서 언제 돌아왔으며, 미국 생활 소감을 듣고 싶은 데요.

▲지난 달 24일 밤에 귀국했습니다. 귀국직후 곧바로 고향인 안동에 내려가 모친 산소를 참배하고 고향 어른들께 인사를 한 뒤 지난달 27일 상경해 지인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미국생활소감이라면 그저 잘 쉬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미국서 배운 것이 있다면.

▲미국정치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엄청나게 토론하고 싸우지만 멋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이 납니다. 이런 때 와신상담해 다음 선거때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는 그렇지 못합니다. 할말 다하고 토론하고, 4년을 맡겼으면 다음 총선때 보자고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거죠. 이런 것은 여야의 리더십이 없다는 얘깁니다. 리더십이 있으면 그렇게 끌고 갈 수 있을 텐데 그런 리더십이 없어서 안되는 것입니다.

-미국 여행을 얼마나 하셨는 지요.

▲미국여행을 한달씩 두어번 했습니다. 미국 전역을 일주했는 데, 기후도 다양하고, 인종도 다양하고, 풍속도 다양한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뉴멕시코를 가보니 미국땅인지도 모를 정도로 멕시코의 풍속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이색적이었습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어서 생긴 흰머리에 염색을 많이 하는 데, 미국에서는 염색을 거의 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또 여름에 가을이나 겨울 옷을 입고 나가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생활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전체의 조화가 이뤄져서 미국이 꾸려져 나가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이번에 처음 쉰 것으로 아는 데, 국회의원 생활에 대한 결산은 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경북도의원을 마치고, 국회의원에 나서기 전에 1년정도 쉰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 쉬는 것이었습니다. 거창하게 결산을 하기 보다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확정발표가 났을 때 다른 사람에 비해 빨리 알 수 있었는 데, 결론을 듣자마자 프로선수가 몸관리를 잘 못해 좋은 성적을 못내면 팬들에게 미안한 것처럼 가장 미안하게 생각된 게 안동시민이었습니다. 야당 12년동안 지지해 줬는 데, 여당되고 난 뒤에는 공천에도 떨어져 죄짓는 기분이었습니다. 공천에서 떨어진 직후 10일 동안 두루막을 입고, 석고대죄했던 일도 그런 마음뿐이었습니다. 실컷 키워 놓으니까 제 앞도 못가리고, 목이 잘렸으니 달리 할말이 없지요.

-국회의원을 그만 둔 뒤 국회의원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요.

▲국회의원은 흔히 국민의 머슴이라고 하는 데, 저는 국민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을 대표한 사람이 국회의원인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며 몸을 낮추는 것은 좋은 데, 할 일을 챙기거나 국민의 대표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국회의원이 주인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계복귀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 지 궁금합니다.

▲저도 가닥을 잡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총선은 2년6개월 가량 남아있어 정치적 복귀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하기는 해야 하는 데…. 최근 신문에 거론되는 `정무장관 기용설`에 대해서는 저도 알지 못하는 일이고, 또 내 의지로 하고싶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잖습니까.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할 것이고, 아니면 지켜볼 수 밖에 없지요.

-요즘도 내년에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한 데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습니다. 중앙정치를 해야죠. 한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이미 6년 이전의 일입니다. 그 당시에는 당이 선거를 하면 들러리만 서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당이 선거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데, 당이 찬밥됐다고 `이건 아니다`라고 한다면 이건 아닙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 가운데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라주인인 국민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아닌거죠. 내각책임제의 경우도 국민들이 원하면 가능한 것입니다. 지방소환제와 마찬가지로, 중앙도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정치권이 여야 대립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치권에 한마디 훈수를 한다면.

▲어려울 수록 원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호권을 발동하고도 법안통과를 못하면 안될 일이죠. 한나라당은 그대로 가고, 민주당은 장외에서 뛰는 모양새는 그리 좋지 않지만, 국회의장이나 여야도 타협이나 협상도 원칙에 입각해서 하는 것입니다. 예스냐 노냐를 묻고, 표결처리후 다음에는 총선에서 심판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방송법의 경우 내용은 잘 모르지만, 여론독점문제를 고치자는 것으로 압니다. 야당의 주장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 같습니다. 땡전뉴스를 7년이나 했는데도 투표할 때는 야당을 찍었습니다. 그런 국민인데,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민주당도 까놓고, 당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전투환대통령 시절에 만든 방송법을 고치자는 것이고, 방송독점과 노조방송을 고치자는 것인 데 반대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방송법과 관련, 여당의 판단이 옳다는 얘깁니까.

▲국민들에게 다양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물론 집권여당의 정치적 목적도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친여권이라 해도 국민은 판단을 올바로 내려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당장은 별다른 활동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역에 `낙동포럼 사랑방`이란 사무실을 위주로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권오을 전 의원은 1957년 안동에서 태어났다. 경북고교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경북도의원을 지냈으며, 15대때 안동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16대, 17대 국회의원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냈으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 경선때 유세단장을 맡았던 공신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18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으로 1년을 지낸 뒤 최근 귀국해 정계복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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