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잘록한 호리병에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넣고 나무에 매달아두면 원숭이가 와서 그 먹이를 꺼내기 위해 손을 집어넣었다가 움켜쥔 주먹 때문에 손이 빠지지 않아 결국은 잡히고 만다.
주먹을 펴 버리면 간단히 빠져나올 수 있는데도 움켜쥔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동물세계에만 있는 것일까? 우리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움켜쥔 재물을 놓지 못해서 죽는 순간까지 바락바락 악을 쓰다가 끝내는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간다.
결국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인 양 여기며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일찍부터 많은 현자는 욕심을 버리고 사는 삶이 복되다고 했고,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남에게 베푸는 아름다운 인생이 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19)”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재물을 많이 가진 부자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비유한 말이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카네기가 전 재산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부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미국의 수많은 부자들이 애써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근래에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같은 사람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미련 없이 내놓기도 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생전에 5억 달러 이상이나 자선단체와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서 미국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약속했던 전 재산 기부의사를 밝혔다. 퇴임 후 살 집 한 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처음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1995년에 펴낸 `신화는 없다`는 저서에서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07년 대선 당시 검찰의 `BBK 의혹` 무혐의 발표 직후 선거연설방송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집 한 칸이면 족하며 그 외의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금액은 한국감정원이 감정한 부동산 395억원과 예금 8천100만원에서 임대보증금과 연계된 채무를 뺀 나머지 금액 331억4천200만원으로 살던 집 한 채를 뺀 전 재산이다.
앞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청소년 장학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어려울 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며 그분들의 은혜를 갚는 길은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놓아 또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라며 평소에 자주 얘기했던 것을 실천하는 본보기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직에 있는 분이 재산 전부를 기부한 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없었든 일이기에 이번의 이러한 결심은 결코 평범한 용기는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임기를 끝낸 사람들 거의가 재물에는 자유롭지 못하고 쇠고랑을 차거나 예우를 박탈당하는가 하면 그 자식들까지도 세상의 비난을 받는 예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이라고 해서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국민들 모두가 안타까워한다.
나라의 최고 자리에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텐데 그분들은 왜 그다지도 재물에 연연했던 것일까 어차피 짊어지고 가지도 못할 재물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재물에 노예가 된 그분들께 다시 한 번 이 성구를 들려주고 싶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