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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사람 영남풍토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25 08:40 게재일 2009-0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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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사람의 기질은, 흔히 무뚝뚝하고 억센 것으로 표현한다. `경상도 보리 문둥이` `경상도 숙맥이`가 애칭이자 비칭이기도 하다.

영남인들의 이 같은 기질은 어떻게 길러졌고, 어떻게 이어져 온 것일까. 사람의 기질이란 유전적인 요인 다음으로 자연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억센 파도와 싸우며 살아야 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느라, 인성 역시 거칠고 억셀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산악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은 산을 닮고 평야지역에 거주하면 들을 닮는다. 이 같은 자연환경 못지않게 인문환경도 사람의 품성을 기르는 중요한 요소인 건 분명하다.

맹자 진심장에 거이기(居移氣)하고 양이체(養移體)한다는 문구가 있다. 거처가 기운을 옮겨 놓으며 봉양이 몸을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맹자가 한 말은 제나라 왕자의 기상을 보고 왕자의 생활환경이 그를 왕자답게 한 것으로 본 것이긴 하나, 이 말을 확대 해석하면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는 곳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는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팔도인물평에서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을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 했고, 정인지는 중국 황제의 말을 인용해 영남 땅이 “번화하고 아름다움이 남방에서 제일(繁華佳麗甲於南方)”이라 했다.

이밖에 많은 학자들이 풍수지리학적 시각으로 영남풍토와 영남사람들을 논했다.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 백두정간 편에서 “영남지방은 태백과 소백산맥이 좌우에서 싸고 동래와 김해가 그 문간이 되는데 이는 곧 산맥이 끝난 곳에 물이 모인 형국으로, 거칠고 사나운 살기(殺氣)가 흔적도 없이 제거된 곳”이라 했다.

이런 지형, 지세의 덕으로 태백산과 소백산 아래에서 퇴계가 나고 남명이 두류산 밑에서 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가령 천만 년의 세월이 지난 뒤 나라가 위태로운 국면을 당했을 때 지모(智謀)를 가진 사람이 이 고장에서 나올 것이며, 충절을 가진 사람이 이 고장에서 배출될 것이다.

이는 장담하고, 기다려도 틀림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성호는 또 `영남 오륜` 편에서 당시 나라 전체의 윤리가 해이해 지고 있으나 오직 영남만은 군자가 끼친 교화를 지키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 역시, 그 까닭을 영남의 큰 물줄기인 낙동강에서 찾는다. “사방의 크고 작은 하천이 낙동강으로 일제히 모여들어 한 방울의 물도 밖으로 새나가는 것이 없다. 이점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뭉쳐서 앞에서 부르면 뒤에서 대답하고, 일이 있으면 힘을 합쳐 돕는 풍속을 낳았다 ”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남이 풍속이 후덕하고 살기 좋고, 인의가 있는 곳이라며 이를 버리면 어디에 의지할 것인가 라고 반문한다.

이 밖에도 임진왜란 때 이여송의 지리참모로 조선에 왔던 두사충(杜師忠)의 사위로 장인과 함께 귀화한 나학천은 조선 팔도의 형상을 인체와 동물에 각각 비유하면서 경상도는 인체에 비유하면 다리(脚)이고, 동물에 비유하면 돼지라 했다.

따라서 영남사람은 어리석고 순하고 질박하지만 신의가 있다(愚順質信)고 했고 택리지를 쓴 이중환과 윤행임 등 여러 선인들도 영남사람과 영남 풍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역사인물들의 평가는 당연히 농경 정착사회 때 이루어진 것이고, 교통과 통신이 혁명을 이루어 문화공간이 크게 확대된 이 시대에도 전 적으로 유효한 건 아닐 터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영남사람, 영남 땅이 싸잡아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아무 데도 없다. 요즘 들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의 막가파식 경상도 욕하기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다.

현 정권이 경상도 정권이어서 나라가 이 모양이라며, 영남 땅 영남 사람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어 댄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지만 근거도 없는 지역 폄하는 또 다른 갈등만 불러 올 뿐이다. 그들은 심지어 영남의 문화와 사람의 유전인자가 일본과 닮았으니, 이 땅을 일본에 떼어 주자는 제의까지 한다.

철없는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말로 듣고 넘기기에는 그 도가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이념의 노예가 되고 정치 선동 술에 놀아나면 나라도 민족도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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