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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국민이 되자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6-24 11:13 게재일 2009-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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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TV에서 원로 한 분이 출연하여 힘주어 하시는 말씀이 “우리 국민도 이제 철들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저마다 `선진 국민`이니, `문화민족`이니 하면서도 실상 우리가 행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증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철들 나이가 되었는데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참 답답하다. 가족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으면 가정이 늘 불안하다.

사회생활에서도 친구나 직장 동료들 중에 정신연령이 자연 연령보다 낮은 사람이 있으면 참 난처하다. 생리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아이 같으면서 어른 행세를 하려고 덤벼드니 난처할 수밖에 없다.

`철이 덜 들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덜 성숙했다`는 뜻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중용을 생활화하는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덧붙이자면 `중용`은 항상 최선, 최고의 가치를 좇아 행동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분별력, 작은 이권이나 어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 양심을 행동케 하는 용기, 그리고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질 줄 아는 삶을 생활화하는 사람이 바로 군자이며, 성숙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군자의 도리를 따르지 못하고, 소인배 노릇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잘 되면 자기 탓, 잘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부끄러운 속담이 있다. 우선 우리가 철든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국가든 간에 뭔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서로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아니하고, 노래를 불러도 순전해 “너 때문이야”니, 어디 뭐 하나 제대로 되겠는가 말이다.

부부 싸움을 해도 너 때문, 일이 잘못되어도 너 때문, 너 때문, 너 때문….

이러한 책임 전가는 소인배들의 것이지 결코 대인이나 군자의 길이 아니다. 진정으로 성숙되고 사람 사는 세상이 되려면 우리의 일상이 “내 탓·네 덕”으로의 의식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진정으로 성숙된 자는 절대로 남을 헐뜯지 아니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 아니한다. 슬플 때 같이 울고 기쁠 때 함께 즐기는 사랑과 인정이 있어야 한다.

사람 셋만 모이면 이웃집 솥뚜껑이 들 석 거리고, 이웃이 잘되면 속이 뒤틀려 위장약을 사먹어야 한다면 이건 덜떨어진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사회는 “함께,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크든 작든 선거 때만 되면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선거의 의미는 한 집단을 발전적이고 이상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데 있으며, 따라서 그 시작과 과정과 끝은 언제나 축제 분위기이어야 함에도 영 딴판으로 치달으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말이다.

끝나기만 하면 꼭 원수가 생기고, 골이 패이고, 살림을 말아 먹어야 한다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왜 상대를 헐뜯는가? 남을 헐뜯어야 내 주가가 올라가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과 천박한 사고로 얻고자 하는 것이 뭣이고,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또 된들 뭘 하겠다는 것인가?

성숙된 어른은 “대인지도와 장자지풍”을 지닌다. 그는 결코 옹졸하지 않다.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굽신거리지 않고, 약한 자에게 교만하지 않고, 자기의 위치와 분수를 알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법률적· 윤리적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다. 철없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객관화할 능력이 없다.

그 좋은 예가 골목대장이다. 골목대장은 자기보다 강한 아이가 나타나면 한없이 약해지지만,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 앞에서는 언제나 큰 소리다.

그러나 철든 어른은 특정 인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편적 법칙과 객관적 사회관계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윤리규범에 어긋나는 일, 그리고 신의 계율을 범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어른은 자기도 남도 다 같이 과대평가도 하지 않고, 과소평가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쓸데없는 우월감도 열등감도 갖지 않는다. 네가 더 크냐, 내가 더 크냐를 문제 삼는 것은 어린이들의 짓이다.

참 어른은 남보다 더 커지려고 서둘지 않는다. 서둔다고 갑자기 커지는 것이 아니니까. 어른은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간다.

이제 남을 헐뜯고 시기하는 사람, 남을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자신을 학대하거나 열등감에 빠지는 사람,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골목대장 같은 사람들이 없는 진정으로 성숙되고 철든 국민이 사는 세상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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