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스티븐슨은 현대인의 성격분열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 문제를 다룬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를 썼다.
내용인 즉, 학식과 인품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인 지킬박사는 선과 악의 두 성질이 한 인간에게 공존하는 것이 불행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그 한쪽만을 빼내어 먹으면 도덕심이 없는 추악하고 잔인한 인간(하이드 씨)으로 변신하는 약을 발명한다.
그러나 그 약을 복용하는 횟수가 거듭되는 동안 약을 쓰지 않아도 하이드씨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마침내 영원히 지킬박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악인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현대인의 성격분열과 인간의 이중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이며, 오늘날의 ‘지킬과 하이드’는 선과 악의 이중인격을 나타내는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철새정치인, 신도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맡긴 성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챙기는 종교인들이나 공금을 횡령한 공무원, 간첩인 대학교수, 강도로 둔갑한 경찰관, 밀수꾼 역할을 한 무역회사 사장 등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로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가면(假面 Persona)을 ‘자신의 좋은 점만 보여주고 나쁜 점은 은폐시키려는 생각’이라는 의미로 정리하고 있다.
인간이 자신을 상대적으로 우월하게 드러내 보이려는 ‘자기과시’의 한 가지 방법으로 자기 및 자기와 연관된 정보를 갖가지 방식으로 변조하여 열등한 평가를 받는 것은 축소 은폐하고, 우월한 평가를 받는 것은 이를 확대 광고하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성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은 어떠한 물리적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나’ 이외의 사람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이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 자기 판단으로 움직이나 소수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한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판단하여 어떻게 행동해야겠다.’ 가 아니라 남들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눈치를 본 후에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배당하게 되는 원인은 타인의 시선 속에 자기중심적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아무리 본인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남들이 다 하는 걸 따라하지 않으면 도태될까 두려운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현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들 1447명이 시국선언을 하고, 가톨릭 사제 100여명도 이날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국 미사를 열고 1178명이 서명한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1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 1천221명이 공개서신 형식을 빌려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바로 나와 함께 더불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을 종교인으로서 그들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안에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 안에 세상이 있기 때문에 부처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세상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담고 있은 사람들이다.
세상을 잡으면 도리어 세상의 지배를 받게 되지만 세상을 놓으면 오히려 세상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간단한 진리를 그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이중성으로 커진다면 스스로가 믿는 ‘참이 아닌 것’에 얽매이게 되어 부처님이나 하느님께서 내 안에 살 수 없다.
신께서는 우리에게 모두 내어 주고 밖으로 나가신다. 신께서 자신의 밖으로 나간 사람은 비참한 인간 활동에 빠질 수 있다. 그것은 나와 대중과의 관계가 아니며, 나와 대중과의 관계로 본 종교인은 선동가이며 ‘하이드’일 뿐이다.
자신 안의 영욕이나 일그러진 영웅심리로 인해 ‘진정한 신 아닌 것’에 갇혀 있다. 조계종 승려나 가톨릭 사제단, 개신교의 목회자들 중 정치적 색깔이 짙은 종교인들은 단순히 민주주의 수호나 정의구현이라는 거창한 구호로 입으로만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지 말고 가까운 주위의 가장 보잘 것 없고 삶이 힘든 한 사람에게라도 사랑의 실천을 행할 생각은 없는가.
우리가 평범한 영웅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순간의 선택으로 타 생명을 구할 때 한결같은 대답이 모두 생각에 앞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진정한 살신성인의 정신이다. 오늘날 종교인들은 자신의 내면세계가 ‘지킬과 하이드’가 아닌지 냉철히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도 대다수 국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정직하게 이웃을 배려하며 묵묵히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