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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사람, 받는 사람

한지영 기자
등록일 2009-06-22 19:24 게재일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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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 경북교육청 HI! e-장학 집필위원

신록이 여름밤을 푸르게 수놓던 날, 김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김천청소년리코더합주단의 제9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리코더를 사랑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리코더에 담아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들으며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음악은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조화를 이룰 때 듣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살피며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줄 때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우리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을 위해 마련한 ‘Re-Love’ 음악회는 참석한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주었다.

아직은 받는 것에 익숙하고 또 받기를 더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이기에 누군가를 위해 ‘주는 사람’이 되어 무대에 선 모습이 참 대견해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연주회에 다녀오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도 정기연주회에서 모금한 성금 전액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10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모두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리코더 연주도 함께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곳에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누가 더 행복할까?

‘시불망보(施不望報)’는 ‘베풀되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경전 중 3대 설화문학에 속하는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보면 ‘무재칠시(無財七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재칠시(無財七施)란 화안시(和顔施: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부드럽고 정답게 대하는 것), 언사시(言辭施:남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 심시(心施: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 안시(眼施:호의를 담아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것), 신시(身施:몸으로 남에게 봉사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 상좌시(床座施:남에게 자리를 찾아주거나 양보하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것), 방사시(房舍施: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

즉, 가진 재물이 없어도 자신의 몸 하나로 남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를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없는 가운데서도 나누어 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또 기부천사로 유명한 젓갈 할머니처럼 우리 주위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필자가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초등학교시절의 K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이라 적힌 흰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 봉투에 든 10만 원과 “꿈을 꼭 이루어라”는 말씀과 함께 주셨던 화안시(和顔施)는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첫 월급을 탄 후 그때는 너무 어려서 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당신을 찾았을 땐 이미 고인이 되신 후였다. 어쩌면 당신께선 단발머리 중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 하실지도 모른다.

지나온 세월을 헤아려보면 받은 것이 참 많을 것이다. 크든 작든 무엇인가를 받는다는 것은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푸른 꿈을 리코더 선율에 담아 주는 사람이 되고 있는 김천청소년리코더단원과 지도교사들, 또 무조건 주려고 애쓰는 주위의 사람들을 보며 이제부터는 주는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비록 가진 게 많지 않더라도 내가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무재칠시(無財七施)와 같이 줄 수 있는 게 참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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