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 정보기관은 외교, 군사 영향력 확대와 해외 안보시장·자원·첨단기술 확보 등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국경을 초월한 정보전쟁(情報戰爭)이 치열하다.
이러한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법으로 명백히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정보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부터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해 올 여름을 더 무덥게 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야당 측이 펄펄 뛰는 것은 이 법 개정이 향후 국정원이 정보를 독점해 소위 ‘공안기관’의 ‘빅브라더’로 변질돼 그 여파가 야당에 돌아올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정원이 군사정부 시절 중앙정보부로 회귀(回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어찌 보면 당사자인 국정원측이나 여당의 대국민 홍보 능력 부재가 이런 정치적 충돌을 발생시켰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국정원측이 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의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정원이 아직까지 60년대의 ‘정보환경’아래서 제정된 법률의 기본 골격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이 조직이 무엇을 했나하는 질책부터 하고 싶다.
어쨌든 국내 최고 정보조직이자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모였다고 하는 이 기관에서 이제야 법 개정을 하느라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조차 하다.
더군다나 이제껏 나라 밖 선진 정보기관과 어떻게 경쟁을 했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현 정부 들어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키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데 대해서는 만시지탄이지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개정안 중 국가 및 기업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산업기술보안정보’건이다.
첨단산업기술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산업스파이’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산업스파이 사건은 수사기관이 사후 적발하여 처벌하는 것보다 정보기관이 정보를 ‘사전입수’하여 ‘기술유출’을 차단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활동이 관건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지난 2004년부터 159건의 산업기술 유출정보를 입수하여, 250조원의 ‘국부유출’을 방지하는 등 독보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굳이 덧붙이자면 국내 굴지의 자동차회사 기술연구소 직원이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를 비롯해 전자, 철강 등 적발되지 않은 사건도 부지기수라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산업스파이 적발이 국정원의 아주 중요한 ‘실적’이라는데 대해서는 여야나 시민단체에서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으로 안다.
최근 대구 모 섬유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한 때 대구 경제의 바탕인 섬유업은 수십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 중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쟁력을 잃는 등 역전(逆轉)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국내 섬유기술이 거의 중국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국정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보수단체 뿐만 아니라 기업 등 요소요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우리와 우리 국가를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관(國家觀)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적절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정보활동은 외교·국방·경제정책의 개발 및 집행 등 정책결정에 필요하고 안보위협으로부터 국가이익의 보호에 필요한 정보를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제공해야 한다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정하고 있다.
영국 비밀정보부(M16)의 임무는 영국 정부와 국방 외교 정책에 관계되는 국가 안보, 국가 이익의 보호, 영국의 경제적 번영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정보기관도 존립 목적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야당이나 시민단체도 국정원법 개정이 국정원 ‘권한 강화’나 과거 ‘회귀’ 목적이 아니라 세계적 정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대한민국 지킴이’라는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법안이 개정됐을 때 본래의 순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준엄한 심판’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