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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사회 … "이대로는 안된다"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09-06-22 19:20 게재일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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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주시가 발행하는 시정 홍보지에 최근 ‘이명박 XX놈, 이명박 개**’ 등 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욕설이 담긴 만화가 실렸다. 욕설이 알아보기 힘들게 쓰여있던 탓에 이 홍보지는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채 2만2천여부가 발행돼 배포됐다.

#2. “김대중씨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팬클럽 회장이 12일 팬클럽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권을 ‘독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높게 비판하자 나온 반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국가 원수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모독하고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할 생명까지도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도 없이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을 공개적으로 내뱉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인근에는 ‘학살정권 독재정권 살인마 ○○○은 물러가라’는 내용이 적힌 검정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던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지만 최소한의 품위마저 내팽개쳐진 주장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로 포장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에서도 이념적으로 민감한 기사에는 어김없이 욕설이 섞인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자칫 다수와 다른 생각을 글로 남겼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에 직면하기 일쑤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가도 막상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논리적 비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서 “상대방과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찾는데만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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