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해병 "전우들 국립묘지 안장 기뻐"
오늘따라 유난히 하얀 국화 한 송이가 얼굴도 이름도 없는 영정 앞에 놓여졌다.
국화꽃 송이가 늘어날 때마다 600여명의 해병·해군 장병들 역시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려는 듯 경건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18일 오전 10시 포항실내체육관에서는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와 해병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공동으로 실시한 ‘2009년 6·25전사자 발굴유해’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에는 600여명의 해병·해군 장병들과 200여명의 보훈단체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을 갖게 된 유해는 모두 80구. 이중 포항지역에서 발견된 유해는 전체 발견 유해의 97%가 넘는 78구로 알려졌다.
이들 유해는 지난 3월부터 두차례에 걸쳐 포항과 김포 등 해병대 책임지역에서 발굴된 것이다. 유해와 발굴된 유품들 역시 900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결식은 호국영령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유해발굴 경과보고,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관의 조사와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조총, 묵념, 유해운구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한 백발의 해병 용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영덕지구 전투에 참전했던 탁학명(78·해병 3기)옹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긴박했던 전쟁상황은 눈앞에 선하다”며 “산속에서 58년간 쓸쓸히 묻혀 있었던 전우들이 후배들에 의해 이제라도 빛을 볼 수 있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해병대 사령부 유해발굴반 유영만 발굴반장은 “이름 모를 호국영령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도 어딘가에 묻혀계신 전사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발굴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굴된 유해는 DNA 감식을 거쳐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 국군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적군은 파주 적군묘지에 각각 안장된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