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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김선태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18 20:03 게재일 200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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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해안선마다 어머니 기다란 치맛자락 휘휘 늘어져 있다.

허리까지 숭숭 빠지는 갯벌은 넉넉하고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삶의 온갖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저 진창의 노래판,

파란만장의 바다가 얼씨구절씨구 어깨춤 추며 어디로 가고 있다.

이윽고 일몰의 수평선 너머로 붉디붉은 가락 하나가 저문다.

잘 삭은 적막,

절창이다.

- 김선태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창비·2009)


전남 강진 출신의 김선태 시인이 ‘동백 숲에 길을 묻다’(세계사·2003) 이후 6년 만에 셋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를 펴내면서 봄날에 살구꽃이 돌아오듯이 우리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지하 시인이 ‘바다 생명의 플랜’이라 명명한 것처럼 이번 시집은 주로 바다에 일어나는 뭇 삶의 여러 모습과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김선태 새 시집 가운데 ‘서해에서’를 읽으면서 ‘서해(西海)’가 “갯벌은 넉넉하고 깊은 그늘을 드리”운 또 “기다란 치맛자락 휘휘 늘어진” 어머니의 모습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동해(東海)’는 무뚝뚝하면서 몇 마디의 굵고 힘찬 말씀만으로 할 말을 끝맺는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밀물과 썰물로 펼쳐지는 “파란만장의 바다”인 서해에는 시인의 말처럼 “진창의 노래판,”이요, “잘 삭은 적막,”이겠다. 생명의 구체적 삶이 꾸밈없이 펼쳐놓은 곳이 서해의 얼굴이다.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 “잘 삭은 적막,”같은 김선태의 시‘서해에서’는 가히 절창이라 할 만하다.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해의 깊고 굵은 노래는 누가 부르나?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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