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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끼며

이준택 기자
등록일 2009-06-15 18:26 게재일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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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택 편집국/부국장

일요일인 어제 경주를 다녀왔다. 선배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보문단지까지 정신없이 내달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보문단지 가는 길은 왜 이리 험한지. 아직도 이런 길이 있나 싶다. 경북의 정치 1번지이자 최대의 도시 포항과 신라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최고의 도시 간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이 정도인가를 생각해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혼주와 인사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같은 혼사를 찾은 정치인 몇 명이 눈에 띄었다. 과연 이들은 이런 시민들의 아쉬움을 알고나 있을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정치를 하면 참 좋을 텐데’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낀 짧은 소회다.

지방선거 1년 앞으로 정치의 계절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1년 앞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점차 달아오르는 선거 열기가 감지되고 있다.

본 선거에 앞서 공천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기초의회는 물론 광역단체장까지 저마다 출마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맞는 얘기다. 출마를 결심하면서 허튼 소리할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지역발전도 얘기한다. 모두 지역민을 위해 심부름꾼 역할을 마다치 않겠단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정치할 때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나 있을까.

가정에도 어른이 살고 있으면 부부싸움이 쉽지 않은 것처럼 정치인들도 유권자들을 매번 의식한다면 지금처럼 막 가지는 않을 텐데….

정치는 결코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데,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데, 숨결 가는 대로 아파하고 숨결 가는 대로 흔들리면서 그렇게 정치는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데 답답함에 한숨소리만 높다.

필자는 물론 우리 유권자 모두 선거 때만 그들이 심부름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너무나 잘 알면서도 유권자들은 투표한다. 투표하고 후회하면서도 그들의 짧은 세치 혀 앞에서 매번 무너진다.

그런 줄 알면서도 유권자들은 또 내년 선거에 도전하는 선량들이 공천전쟁에 돌입한 것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80% 이상 당선을 보장받는다.

공천은 결국 당선으로 연결된다. 결국, 공천권을 손에 든 국회의원이 자신의 인생항로를 밝혀주는 등대역할을 하게 된다. 한나라당 후보를 기대하고 있는 희망자들은 대부분 국회의원과 만남을 기대하며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유권자들보다는 국회의원이 우선순위가 된 지 오래됐다.

정치 1번지 포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소선거구제가 되면 기초의회의 경우 현역의원 간의 공천경쟁이 불가피한 곳도 있고 신진세력의 도전을 통한 한판 전쟁이 예고되는 지역도 있다.

벌써 일부 지역구는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남구 대이동 지역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례대표 출신들이 지역구출마를 통한 공천을 희망하면서 지역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비례대표 1번(홍필남 의원), 비례대표 3번(강학중 의원), 비례대표 4번(이보석)이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강 의원은 출마를 선언했고 홍 의원은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보석씨는 원래가 이곳을 지역구로 하려다 포기하고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본선보다 더 뜨거운 공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곳 말고도 기초의회의 경우 포항지역을 비롯한 대구 경북지역 곳곳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비슷한 모습을 쉽게 목격한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광역단체장도 크게 입장은 다르지 않다.

숨결 가는 대로 아파하고 흔들리며

그러나 만약 기초의회에 공천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는 출마를 포기하는 후보도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왜 그럴까. 모두 유권자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당선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선된 이후의 화려한 그림만 그리고 있다. 결코, 머슴이 되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얘기다. 가슴으로 정치하지 않고 머리로만 정치를 하려 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변하지 않으면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그들이 가슴으로 정치하게 투표로써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런 후보들을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해봐야 한다.

정치는 결코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숨결 가는 대로 아파하고 숨결 가는 대로 흔들리면서 그렇게 정치는 우리 곁으로 다가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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