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신방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김진호기자
등록일 2009-06-15 19:25 게재일 2009-06-15
스크랩버튼

대한민국 기간시설물 안전 총책임지는 '파수꾼'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국내 시설물에 대한 안전기준이 매우 강화됐습니다. 이제 한강 교량이 붕괴되는 따위의 사고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경북 영천출신의 한국시설안전공단 신방웅 이사장은 이렇게 자신했다.

그가 바로 ‘시설물안전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한국시설안전공단(KISTEC) 이사장으로서 대한민국 기간 시설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목과 시설물 안전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흔히 공공기관의 수장직을 정치권의 논공행상 차원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가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 이사장을 만나 어릴 적 고향에서의 추억과 한국시설안전공단이 하고 있는 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어릴 때 고향에 얽힌 추억이나 에피소드를 소개하신다면.

▲고향인 영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금호강을 지나다녀야 했는데, 교량이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징검다리로 강을 건너가면 10분이면 되지만, 장마철 징검다리가 떠내려가면 교량으로 돌아가야 할 경우에는 거의 1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또 겨울이면 살얼음이 언 강을 맨 다리로 건널 때는 얼마나 추웠던지, ‘교량 하나 더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또 초등학교 2년 때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에는 길이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잘 살면 도로가 모두 포장이 돼 있을까 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영천에는 읍사무소 정문 앞에만 일부 포장이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심들이 결국 토목공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시설물 안전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공공시설물을 설계한 것이 바로 동대구역이었습니다. 동대구역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PC교 공법’(철근을 양쪽에서 당긴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친 뒤 놓는 방법으로 강도를 높이는 공법)을 썼습니다. 교량기둥도 기존의 사각기둥에서 원기둥으로 바꿨죠. 이처럼 3개월 넘게 머리를 싸매가며 설계한 작품이 공사 중 일부 붕괴되는 사고가 난 겁니다. 사고가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공사는 대구업체인 H종건이 했는데, 사고원인을 따져 보니 설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완벽한 설계와 시공 안전에 대해 더더욱 신경을 쓰게 됐죠.

-일반인들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업무를 잘 모릅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

▲쉽게 말해 국가 주요 시설물의 건강을 유지하고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시설물의 결함 원인을 조사, 시험, 분석하고 원인 치유를 위한 보수, 보강 방안을 제시하는 정밀안전진단으로 국가 주요 시설물의 내구성을 높이고 공용기간을 연장시키고 있죠.

-공단이 보유한 인력자원과 장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고, 진단 및 기술개발·연구에 필요한 학위와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력만 놓고 볼 때 세계 일류라고 자부합니다. 또, 공단이 보유한 104종 234대에 달하는 진단 장비도 최첨단을 자랑합니다.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독특한 장치가 있습니다. 콘크리트 내부에 있는 철근 부식상태를 검사하는 철근 부식도 측정기, 강재용접부의 내부 결함을 검사하는 초음파 탐상기, 교량의 처짐을 측정하는 동적 변형 측정기 등입니다.

-취임 후 조직개편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취임후 ‘3본부 1단 11실 49개 팀’에서 ‘3본부 19개 팀’(1단 11실 30팀 감축)으로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실장과 팀장은 팀원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죠. 대신 연말 업무계획서 평가를 통해 언제든지 다시 팀장이 될 기회를 열어 두었습니다. 권한 하향 조정으로 결재단계를 축소해 신속한 업무처리와 효율성을 제고했고 기술직과 행정직의 직종 구분을 없애 직종 간의 벽을 허물고, 직원 간의 단합을 도모하도록 했습니다.

-공단의 중점사업인 ‘지진센터’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지진센터는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전까지는 국내에 내진 설계를 도입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중국 쓰촨 대지진이나 일본 고베 대지진에서 보듯이 지진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갑니다. 그러니 반드시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하지요. 지진센터에서는 내진 설비만이 아니라 전기, 혹은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 같은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그 계획의 하나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시설물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입니다.

-국가 전체시설물의 이력관리를 통합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시설물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이란, 시설물 안전 정보를 한곳에 모아 주민등록처럼 관리하면서 인터넷으로 주소를 입력하면 건축물의 안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주요 기간시설물을 해당 부서와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종 건축물의 안전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구매자에게도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1차로 국가 기간시설물을 대상으로 하고 향후 국토해양부에서 1·2종 시설물로 지정한 4만5천개의 시설물을 포함해 총 650만개의 시설물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과거 전 국민의 주민등록 체계를 구축하는데 수십 년이 소요된 것처럼 시설물 안전관리 시스템의 만족스러운 구축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전문대학원’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시설물 안전·유지관리를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안전진단, 보수·보강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관련 학문적 접근은 거의 없으며, 기술 개발 추진은 우리 공단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대학교의 학문적 성과와 우리 공단의 기술적 경험을 결합해 시설물 안전·유지 분야의 지도자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연말 출범한 ‘소규모시설 안전점검단’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관리주체가 돈이 없어서 안전관리가 소홀해 시설물 안전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및 노인 복지시설 등 소규모 안전 취약 시설물에 대해서 무료로 안전점검을 해주고, 안전 확보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0월10일 소규모시설 안전점검단을 구성해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 및 안전점검 전문가들과 함께 ‘소규모시설 안전점검단’ 발대식을 했습니다.

-끝으로 지난해 8월8일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취임 10개월이 지났는 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토목 및 토질을 전공하고 충북대학교에서 1971년부터 2007년까지 약 36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토목공학, 지반공학, 시설물 안전진단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또 충북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충북대학교를 민주적 경영,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연구역량 확보, 지식 기반사회를 선도하는 인적자원개발, 역동적인 대학문화 창출,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으로 발전시켰으며, 병원 이사장으로서는 단 한 번도 노사분규로 파업을 하지 않는 병원으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이런 조직의 경영 경험과 전문지식을 토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 또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한국시설안전공단 신방웅 이사장은

신방웅 한국시설안전공단(KISTEC) 이사장은 1942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영천초등학교와 영천중학교, 대구상고를 거쳐 1964년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사, 인하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토목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30년 넘게 토목공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토목관련 책만 6권을 펴냈다. 지난 2000년 한국지반환경공학회 회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고문을 맡고 있으며, 2004년 충북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등에서 기술·설계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양대 석좌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