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일 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을 꿈꾸는 인사들이 벌써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하마평에서 언론은 물론 지역주민들 역시, 거론되는 인사들의 경쟁력 가운데 최우선 순위를 그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공천 여부에 두고 있는 듯하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선거전의 승부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 없으니 선거전에 뛰어드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처럼 관심을 끌고 있는 정당공천은 따지고 보면 지방자치제의 기본을 뿌리부터 흔드는 요인이다.
정당공천제는 먼저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역기반의 정당공천을 받으려면 기초단체장의 경우 상당수의 지역에서 몇억 원에서부터 10억 원이 넘는 사례금이 거래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당선된 단체장이 임기 내에 못해도 본전은 찾아야 한다는 건 그들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인사에서부터 각종 인허가와 사업 등의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 같은 부정부패뿐만 아니라 중앙정치권과 선이 닿거나 돈만 주면 공천을 받고 당선마저 보장되는 판이니, 지적능력이나 도덕성이 모자라는 함량 미달의 위인들까지 지방정치판에 뛰어들어 지방정치를 수준 이하로 떨어트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당선된 지방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만 따르거나,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죽하면 현재의 지방자치를 두고, 국회의원 1인에 의한, 1인을 위한, 1인의 정치라는 비난까지 듣겠는가? 이건 약과이고, 황주홍 전라남도 강진 군수는 공천권을 끝까지 쥐려는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유괴범’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는 “중세 봉건사회에서 왕이 지방 영주들의 가족을 볼모로 잡아두고 충성을 강요했던 것처럼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볼모로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공천제를 고수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유괴범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 2006년 공천을 앞두고 수억 원을 내라는 중앙당의 요구를 뿌리쳤다가 공천을 받지 못할 위기에 빠지기도 했던 황군수는 결국 전라남도에서 최고의 득표로 군수에 재선되기도 했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해가 불거지면서 매번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요구해 왔다.
지금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80% 이상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분권운동본부와 전국시장군수협의회 그리고 전국여성유권자연맹 등 수많은 단체가 ‘정당공천제 폐지 천만 명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여야 할 국회에서는 몇몇 양심적인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광장으로 뛰쳐나온 그들은 정작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에는 눈감고 귀를 막은 것이다.
국회 안에서 의견 충돌로 주먹다짐도 모자라 전기톱까지 들고 설친 그들이지만 자신들만의 이권 챙기기에는 의기투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라야 엉망진창이 돼도 내 알 바 없다는 양심들이 국회의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그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도 허구에 찬 것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4대 지방자치선거 가운데 정치적 성격이 적은 기초의원과 자치단체장은 정당공천에서 배제하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다. 이마저 외면하는 정치권이라면 이제 주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단순한 서명운동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실제 법률을 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부정 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또 직접적인 낙선운동을 펴는 등 주권자의 결집된 힘을 적극적으로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공천권자의 사당 정치가 아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