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실한 마음으로 서로를 도우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이 꿈을 실현하고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비록 물질적으로는 빈곤하다 하더라도 정의를 쫓아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의 발전적 의지를 가로막고 있는 고질적인 폐습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면 관계상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저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폐습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기주의와 배타성’이다. 이기주의는 가벼운 경우 개인주의의 왜곡된 형태이며, 심한 경우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혼자만의 탐욕을 충족시키려는 심성이다.
이기주의자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히 남과 화합하거나 타협하기 어려운 폐쇄적 성향을 띠게 되며, 따라서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며 비합리적인 주장도 끝까지 고집하게 된다.
언제나 자기 주변을 옹호하고 자기 주변만을 신뢰하는 정실주의도 이러한 이기주의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의 법질서를 어기고 불의에 무심하며 협동을 기피하는 폐습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둘째는‘형식주의와 사치성’이다. 형식주의는 채면이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내용 없는 겉치레를 하는 행동의 특징이다. 내용은 본래 형식 속에 담겨지는 것이지만, 내용 없는 형식은 자신의 내면적 빈곤을 위장하는 것이고 남의 눈에 매여서 살아가는 생활태도이다.
체면을 봐서 남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부당한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형식주의이며, 또한 합리적 비판과 정당한 도전을 권위로 짓누르고 자신의 불합리성을 은혜 하려는 것도 일종의 형식주의이다.
허례와 허식, 유행에만 추종하는 생활, 격에 맞지 않은 허세, 분에 넘치는 생활과 행동 등의 형식주의는 그 자체가 타율적이고 낭비적일 뿐 아니라,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는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 사상’이다. 황금만능주의사상은 산업사회의 가치관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돈과 재물에 대한 욕구 그 자체를 부도덕한 것으로 보던 안 빈의 사상이 되고 사람이 재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목적이 없어진 상태이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금전의 노예가 된 사람은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을 금전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그가 금전 목적을 추구하는 한에서는 사회의 규범도 질서도 제도도 파괴할 수 있다.
이러한 탈선적 배금주의는 사회를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사행심과 투기심에 지배되면 자신을 파멸에 몰아넣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성공하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좌절시키고, 이런 사람이 실패하면 주변에 많은 희생자들을 남기게 된다.
넷째는 ‘졸속주의’이다. 졸속주의는 합리적으로 결정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불완전한 목표의 달성으로 눈가림하는 행동의 특징을 뜻한다. 그것은 불건전한 업적주의나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의 심리이다.
부실공사, 유해식품 생산, 불량품 제조, 탈세, 근로자의 권익침해, 뇌물 받기, 부당요금 징수, 착복과 횡령,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권력의 남용 등 크고 작은 형태의 졸속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되고 만다.
이러한 졸속주의는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의 심리로서 사회의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사람을 희생시키고 불신사회의 씨를 심는다. 그리고 자신도 신뢰를 잃고 주변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타파해야 할 폐습 중에 하나가 ‘불신 풍조’다. 불신 풍조는 어디선가 시작된 부정직과 불성실이 악순환 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불신은 인간과 인간, 집단과 집단, 계층과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공동체의 결속을 파괴한다.
정직하고 진실 되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여기에 어찌 정의와 도덕적 상식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불신 풍조를 해소하고 신뢰의 사회를 회복하는 방법은 바로 불신 풍조가 형성된 과정을 거꾸로 밟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권력을 가진 자와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의 각성과 진실 되고 성실한 삶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진실로 성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서로를 도우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고,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회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