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현존 최고 추정 신라 古碑 발견 김헌도씨

신동우기자
등록일 2009-06-10 20:37 게재일 2009-06-10
스크랩버튼
현존하는 신라 고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지난달 13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성리에서 발견됐다. 이 비석은 앞 부문에 연도를 뜻하는 ‘辛巳(신사)’가 음각돼 있어 신사년인 501년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추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비석은 영일 냉수리비(제작연도 503년·국보 제264호)보다 2년이나 앞선 명실상부 ‘신라 최고(古)비’로 국보 지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국보급 보물은 발견 당시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마을주민 김헌도(47)씨가 발견하기 전까지 도로건설 현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김씨는 이처럼 국보급 보물을 지킨 공로로 9일 박승호 포항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은.

▲무엇이 대단하다고 이러한 상을 주는지 얼떨떨하기만 하다. 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비석을 발견한 일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열심히 살아가는 와중에 그 ‘돌’이 눈에 띄었고, 그저 돌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나중에 우리나라 역사의 한 축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는 문화재를 발견하면 신고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를 행했을 뿐이다.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나는 화단을 가꾸는 것이 취미다. 그날도 그저 화단에 장식할 돌을 찾으러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굉장히 평평하고 마음에 드는 돌을 발견해 집으로 옮겨 왔다.

다음날에 쓰려고 마당에 그냥 놓아두었는데 마침 그날 비가 오지 않았겠는가. 비에 씻긴 앞면을 닦아보니 전면 가득 쓰인 한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사 물건이 아닌 것 같아 헌 이불로 감싼 뒤,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보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한다. 비석을 발견한 날, 너무 크고 무거워 두고올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너무 갖고 싶어 이웃 후배에게 부탁해 겨우겨우 끌고 집으로 가져왔다. 다음날도 비에 씻긴 부분의 남은 흙까지 털어내며 깨끗이 닦기까지 했다. 이후 전문가들에게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신라 고비일 줄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어찌 보면 비석 자체가 세상에 드러나고 싶어 나에게 부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동안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들었는데.

▲전문가에게 해독을 의뢰한 날도 자정이 넘도록 있었다. 이후 언론관계자들이나 학계 인사 등 많은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심지어는 ‘로또를 맞은 것 아니냐’는 이웃들의 방문도 있었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듯이 내가 비석을 발견했다기보다 비석이 나를 통해 세상에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역사가 빛을 볼 수 있어서 그저 기쁠 따름이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