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최제우...함민복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09 19:35 게재일 2009-06-09
스크랩버튼
하늘에서 나무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어디로 가는가 기러기 떼

八자 대형으로,

人자 대형으로

동학군의 혼령인 듯,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 인자 쓰며

人乃天

하늘을 自習하며 날아가는

기러기

저리 살아 우는 글자가 어디 또 있으랴

목을 턱 내밀고 날아가는 모습이 서늘하다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2005)


강화도 동막리 바닷가에서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 혼자 살고 있는 노총각 시인 함민복. 그가 동학(천도교)을 세상에 편 최제우 선생을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에 만나면 술 취하기 전에 꼭 물어봐야겠다.(민복이 형도 김지하 선생처럼 동학도인가?) 하늘을 八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人자 대형으로, 하늘의 대문을 여는 동학군의 혼령으로 인식한 시적 발상에서 이 시의 틀은 다 만들어졌다. 법(法)을 전하는 것이 하늘을 나는 새임을 이 시인은 어떻게 알았을까, 참 궁금하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 인자 쓰며/人乃天/하늘을 自習하며 날아가는/기러기”를 보며 “하늘에서 나무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니, 또 그걸 “저리 살아 우는 글자”라고 말하는 그는 누구인가? 시의 마지막 행에 “목을 턱 내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는 경상 감영 앞 저잣거리에서 진리(眞理)를 위해 자신의 목을 턱 내놓고 순교한 동학 교주 최제우 선생의 모습이 그려져 내 마음이 다 서늘하다. 아, 生命의 眞理는 대체 무엇인가?

해설<이종암·시인>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