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기로 백화점을 구경하다가 잘 아는 친구와 아주 가깝다는 일행을 만났다.
딸 시집을 보내기 위한 절차로 아침부터 그시간 까지 딸 과 사윗감의 이것 저것을 사러 왔다는 말이다.
이게 좋을 까?
처갓집에 와서 편하게 실내에서 입을 수 있고 잠옷으로도 이용할수 있는 다용도 실내복을 하나 구입해서 집에 준비해 놓고자 했고 딸의 것도 같은 용도를 사려고 했다.
아니 저게 좋지 않겠나?
그래도 이게 더 편리하고 예쁘다는둥 결정이 되지 않다가 만장일치로 하나를 구입한다.
그것은 정말 잠옷으로도 평상복으로도 아주 여러 가지 용도(?)로 입을 수 있는 괜찮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잘 골라 주었고 가격도 적당해서 잘 구입한 것 같았다.
좀더 예쁘고 싸고 편해야하고 또 유행에도 뒤지지 않아야 하고 딸과 사윗감에게 뒤떨어졌다는 소리는 들을수 없어 젊은이의 눈높이를 많이 고려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이 포개서 이것 저것 훈수를 두면서 물건을 골라주고 있었다.
난 어쩌면 대리 만족으로 같이 덩달아 신이나서 거들었는지 모른다.
잠시 쉬면서 차를 한잔 나누며 다시 이야기가 계속되었는데 자식에 대한 실패담과 조언들이 오고간 토론의 결론은 우선 딸이던 며느리던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적당히 기본적인것만 준비해 주자.
어렵게 모아서 아끼면서 무엇이던 구입해야하고 고려하고 생각하고 서로 의논하여 결정하는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할수 있는 그들의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의욕과 무슨 꿈으로 살수가 있을까? 눈만깜빡이면 바로 모든 것들이 나타나는데 말이다.
그런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것이다.
오랫동안 모으고 모아서 전세에서 20여평 자기 집을 장만하게 되었을때 그 기쁨을 어떻게 말할수 있을까. 그 기쁨에 아마도 며칠 밤은 잠을 잘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부모들은 빼앗지 말자는 것이다. 장래를 계획하고 둘이서 심사숙고 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당연히 기뻐하고 아껴지고 더욱 사랑하며 바라볼수 있는 원천적인 즐거움을 부모가 대신 사랑스런 지니 역을 한다면 젊은이들의 남아도는 시간은 어디다 쓸것인가.
요즘 인터넷 보급이 도를 지나쳐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보지도 못한 모르는 남녀들이 진한 대화를 나누고 결국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겨나는게 현실이다.
미래를 계획해야하는 시간에 쓸데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줘서 다른곳에 눈을 돌리도록 할수도 있고 호기심을 현실로 만들어 엉뚱하게도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것이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영원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평온하고 즐겁고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갈수 있도록 그들만의 기회를 빼앗지 말자는 것이다.
부모세대의 걱정과 우려는 결국 걱정과 우려일 뿐이다.
요즘에 현명한 젊은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짧은 자금으로 어렵사리 직장터를 만들어 부족하지 않지만 풍족하지도 않아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살아 나가는 나의 아들을 보면서, 공기청정기를 하나 구입했다고 자랑하던 아들을 보면서, 우리형편에 돼지고기는 먹어도 쇠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가끔씩 외식하자고 찾아오는 아들을 보면서 기꺼이 번개모임으로 쇠고기 파티도 얼마나 커다란 즐거움인지….
맛있게 먹어주는 아들의 가족을 보며 더 큰 기쁨이 다가오는 그순간이 행복인 것이다.
마른논에 물들어가는것 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 하지 않았나.
보람이라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혹은 무심했던 생활속에서 조금만 각도를 달리 하며 생각해 본다면 보람되고 만족스런 순간들이 많을 수 있을텐데도 우리는 복잡한(?) 일상생활을 핑계로 묻어 버리고 불만으로 마음이 허전해 하는 것 같다.
작은 보람에도 만족할 줄 알고 기뻐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것이 아닌지.
보람을 느끼거나 만족한다는것은 더큰 행복의 바탕인 것 같다.
꿈과 희망을 갖고 이루기 위해 계획하고 노력하며 하나하나 이루어질때 보람을 느끼고 그 보람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만드는것 아닐까?
그 행복은 미소를 만들고 그 미소가 가족을 풍요롭게 하는것이다.
오늘 구입한 실내복의 주인인 아들 딸들! 행복한 내일은 그들의 것이며 그 물건을 받았을때 기쁨도 그들의 것이다.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여!
적은것을 부족하다 생각하지 말고 부족한것을 만족하게 만드는 노력으로 오늘을 살아간다면 미래는 충분한 기쁨으로 돌아올것이다.
작은것에서도 기쁨을 찾을수 있는 여유를 배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