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인협회(회장 김만수)가 제정하고 시상하는 포항문학 신인상은 지역의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작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3개월간 작품 응모를 받아 2일 포항문학 편집실에서 심사를 했다.
시 151편, 수필 32편, 소설 7편이 응모한 가운데 엄정한 심사 끝에 시 부문 안병호씨의 ‘사막의 풍경’외 1편을 선정했다.
‘사막의 풍경’은 시인의 내면 풍경을 생경한 언어로 써내려간 패기와 열정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거친 바람과 메마른 모래사막을 지나온 삶의 진정성을 담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안병호씨는 1963년 경남 김해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그동안 습작활동을 통해 2004년 제25회 근로자문학제 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신 프레시전 CO.LTD 경영기획실 에 근무하고 있다.
안씨는 “서른의 중턱을 넘으면서 중한 병을 오랫동안 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지난 생을 시의 형식에 의지하여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이 시를 처음 접한 계기였다. 시가 제대로 완치되지 않은 채, 영혼이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온전하지도 않은 시를 선해주신 선생님들께 누가되지 않아야하는데, 라는 근심에 마음이 어둡다. 아직도 불구를 벗어나지 못한 나의 시, 치유를 위해 정성을 다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필과 소설, 평론에서는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번 심사를 맡았던 김만수(시인)·정일근(시인)씨는 “안병호씨의 작품들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여 있었고 모름지기 시가 지녀야 할 진정성과 내용의 깊이를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모표현이 좀 어눌해도 삶의 진정성과 열정을 담은 시를 높이 쳐주는 것은 그만큼 껍질보다 속이 꽉 찬 미덕 때문”이라며 “안씨가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앞으로 지역문단의 활력이 되고 더 나아가 한국문단의 지평을 넓히는 문단의 큰 재목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포항문학 신인상 당선작은 계간 ‘포항문학 2009 하반기’호에 심사평과 함께 실리고 당선자는 포항문협 입회가 됨과 동시에 기성작가로 대우받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포항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작 "사막의 풍경"
등허리로 어둠이 내리면
희뿌연 바람이 불어온다.
등을 눕힐 때마다 살갗에 붙은 모래 알갱이가
송곳처럼 파고든다.
오랫동안 무덤을 짊어지고
사막을 건넜기에 등은 점점 휘어진다.
등짝에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면
눈빛이 깊은 낙타가
흘러나왔다가 모래처럼 무너져 내린다.
/나는 표정 없이 앞으로만 걷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멈춘다는 것은 해질 무렵, 사막의 능선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과 같다. 다쉬테 사막, 석양을 배경으로 시아파 무슬람이 시체를 짊어지고 메카로 향하던 모습을 본적 있다. 점처럼 작아지던 사내의 등은 적요한 문양을 풀어냈다. 그때도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에 낙타가 무너져 내리며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등 후면으로만 무늬를 남겼는데
/변곡선, 까만 점이 될 때까지 가 본적 없는 대륙의 사막을 횡단하면서도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시아 무슬람의 성자 이맘 레자처럼, 이승의 끝 날까지 낙타도 대상도 없이 등에 짐을 짊어지고 모래를 밟을 때, 새들은 휘파람을 작곡했고 나는 아버지 뒤편에서 새를 사육하였다. 등 앞쪽의 계절은 모래 폭풍 중이었으며 어둠은 짙었다. 아버지의 후면이 아닌 전면의 문양을 입관 때야 겨우 볼 수 있었는데, 사막의 경계부근에 다다라서인지 참으로 고적했다.